김수현(왼쪽)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조명래 신임 환경부 장관, 노형욱 신임 국무조정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온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9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됐다. 시장에선 집값 안정과 시장의 공정성을 중시하는 김 수석의 정책실장 임명은 현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정책의 연장 내지 강화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실장은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했다. 2005년 참여정부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재직하며 8ㆍ31 부동산종합대책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했고, 이번 정부에선 사회수석을 맡아 지난해 6ㆍ19 대책과 올해 9ㆍ13 대책 및 신도시 3기 공급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부동산 시장 규제책으로 종합부동산세 확대에 집중해 관가에선 ‘종부세 설계자’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김 실장이 참여정부 당시 종부세 정책에 대한 사회적 저항에 크게 상처를 입은 뒤 10여 년 동안 종부세에 대한 공부에 집중해 왔다”며 “그간 공공연히 ‘와신상담(臥薪嘗膽)하고 있다’고 밝힐 만큼 그에게 종부세 강화는 정책적 선택을 넘어선 신념이자 이념”이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금리 인상 카드도 쓸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참여정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06년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이성태 당시 한국은행 총재를 직접 찾아간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 이례적 만남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금융권에선 김 실장이 이 총재에게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여당 관계자는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은 2006년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며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발언을 한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김 실장이 금리 인상 요구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남 집값 잡기에 집중해온 김 실장의 정책 기조 역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김 실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만났을 때도 김 실장은 현 정부의 정책적 방향이 옳다는 신념을 강하게 내비쳤다”며 “3기 신도시 건설 등으로 공급책이 일부 실현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집값 안정과 부동산 양극화 해소를 우선시하는 그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김 실장 임명과 무관하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최근 “청와대 내 부동산 정책 업무를 사회수석실에서 경제수석실로 이관하려고 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이념지향적인 현행 부동산 정책에 현실경제적 요소가 좀 더 반영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국회 국토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국토부와 청와대 등에서 ‘시장 현실을 보다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김 실장 임명 이후 청와대 구조 개편 방향을 잘 살펴보면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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