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 왓츠 넥스트: 아시아’(Netflix See What’s Next: Asia) 행사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총괄 프로듀서 겸 배우 로빈 라이트(왼쪽)가 행사장으로 걸어나오며 환하게 웃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백악관의 새 주인이 여성이라면?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대표작 ‘하우스 오브 카드’의 시즌6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즌6의 중심에는 6년 간 ‘하우스 오브 카드’를 지킨 할리우드 배우 로빈 라이트(52)가 있다. 지난 2일 공개된 이 드라마에선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돼 권력의 정점에 오른 클레어 언더우드(로빈 라이트)의 백악관이 펼쳐진다. 이를 끝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는 막을 내렸다.

라이트는 9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넷플릭스가 주최한 ‘시 왓츠 넥스트 아시아’ 행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라이트는 “6년 동안 ‘하우스 오브 카드’를 하면서 제작팀과 배우들, 스태프 모두 하나의 가족이 됐다”며 “이런 가족은 당연히 죽는 날까지 소중히 여길 자산이다”고 마음을 전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201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소개돼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백악관을 둘러싼 정치계의 음모와 비리 등을 담아내며 스트리밍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에미상 후보에 올라 파란을 일으켰다. 그 후 모두 53차례 에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감독상을 포함해 총 7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라이트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 골든글로브 후보에 올랐고, 2014년에는 TV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라이트는 ‘하우스 오브 카드’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라이트는 ‘하우스 오브 카드’와 연을 맺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영화 ‘나를 찾아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을 연출한 데이빗 핀처 감독으로부터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의 출연 제안을 받고 거절했다. “TV드라마가 아닌 영화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TV는 콘텐츠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 라이트는 핀처의 제안에 고개를 갸웃했다. 핀처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한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보는) 넷플릭스 회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을 라이트에게 소개하며 “(대중이) 조건이나 제약 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에 있다. 이런 혁명에 동참해보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라이트는 “이런 변화 덕분에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6년짜리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라이트는 이번 시즌6에서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역할은 물론이고 연출까지 맡아 재능을 빛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그의 손을 빌려 정치계 여성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리더의 자질을 되짚는다. “여성 대통령의 등장은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할 때부터 기획됐던 일입니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될 지만 결정되지 않았었죠. 매 시즌을 할 때마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내용을) 언제 대본에 방영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죠. 변화된 부분은 없습니다. 언제나 의도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일이니까요.”

라이트는 현재 백악관의 주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라이트는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클레어는 레이디 맥베스를 연상시키는 등 셰익스피어 작품 같은 측면이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현재 미국 정권은 비극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드라마 비즈니스의 아이디어를 많이 훔쳐갔다고 생각해요.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그야말로 초현실적이기 때문이죠(웃음).”

라이트는 자신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넷플릭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이번 드라마를 출연한 뒤 해외에 나가면 나를 본 적 있다고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넷플릭스는 움직임을 주도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에 (콘텐츠가) 뻗어 나갈 듯해요. 글로벌 접근성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여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요.”

6년의 대장정을 마친 라이트는 내년 더 바빠질 전망이다. 아마존의 최고 전사로 활약한 영화 ‘원더우먼 1984’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독립영화 연출도 준비 중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연기하듯 강한 리더십을 보이며 50대의 나이에도 자신의 커리어를 확장하고 있다. 한국 여성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그는 페미니즘 바람으로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전통을 깨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반복이 필요해요. 계속해서 일어나서 우리(여성)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거죠. 이것을 반복한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어요. 습관의 문제이자 습관의 힘인 겁니다.”

싱가포르=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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