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최후통첩 거부하자 특위 해촉… 한국당 지도부 책임 논란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에 김병준(왼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나란히 서있다.오대근기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인적쇄신의 전권을 맡기겠다면서영입했던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을 9일 해촉했다. 전 위원의 돌출발언과 전당대회 시기 등을 둘러싼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표면적 이유지만, 당 내부 권력을 둘러싼 파워게임의 결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전 위원을영입해 혼선을 초래한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비대위는 전원책 위원이 어제 비대위 결정사항에 대해 동의할 뜻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위원직 해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전날 ‘내년 2월 말 새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최후통첩을 김 사무총장을 통해 전달했으나, 전 위원은 이를 거절했다. 전 위원을 제외한 강성주, 이진곤, 전주혜 등 나머지 3명의 외부위원들은 일단 이날 오후 열린 조강특위 회의에 참석해 잔류를 결정했다. 이진곤 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남의 일을 맡았다가 중도에 끝내면 당과 보수 시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전 위원의 권유를 받고 들어왔지만 책임지고 일을 마무리 해 드리고 나가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전 위원 해촉 결정 직후 전 위원을 대체할 외부 조강특위 위원 인사 작업에 곧장 착수했다. 김 사무총장은 “(외부위원 후보가) 동의해 주시면 바로 당내 검증작업을 거쳐 임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전격적으로 전 위원 해촉을 결정하면서 조강특위 내홍은 일단 진화했지만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초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십고초려를 해 인적쇄신의 ‘칼’을 쥐어줬다”며 전 위원영입 자체에의미를 부여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고 자인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전 위원 해촉 직후 입장문을 내고 “경위야 어찌됐건 비대위원장인 제 부덕의 소치”라고 머리를 숙였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내 팔을 하나 잘라내는 심정으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도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당의 기강과 질서가 흔들리고 당과 당 기구의 신뢰가 더 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전대 일정과 관련해서도 더 이상의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되고, 혹시 그렇게 되면 당의 정상적 운영은 물론 여러 쇄신 작업에도 심대한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전 위원 논란으로 당 지도부가 우왕좌왕하면서 인적쇄신 작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해촉 사실을 문자로 통보 받은 전 위원은 “(김 위원장과의 갈등을 언급하는 것은) 먹던 물에 침을 뱉는 것”이라며 “며칠 안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을 아꼈다.하지만 최근 갈등 과정에서 상당한 오해와 불신이 쌓인 만큼, 전 위원이 향후 외부에서 불만을 쏟아내면서 당 지도부를 흔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 전 위원은 이날 새벽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강성주 위원한테 사람을 보내 ‘전원책을 자를 테니까 우리끼리 하자’고 했다”면서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당 지도부의 태도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전 위원은 그러면서 “마음 같아선 뛰어내리고 싶다. 내가 어리석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견디질 못하겠다”고 억울해 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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