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수협의 구 노량진시장 단전 단수 조치에 반발한 구 시장 상인들이 신시장 화물차 출입구를 막고 누워 차량 통행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노량진수산시장 개발을 둘러싼 구 시장 상인과 수협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수협 측은 구 시장 내 단전 단수 조치에 이어 9일까지 신 시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인지 여부를 밝히라는 최후통첩을 했지만 상인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극단 사태가 우려된다.

단전 단수 조치 나흘째인 8일. 구 시장으로 드나드는 통로는 대부분 철제 선반과 구조물 등으로 ‘바리케이드’가 쳐진 삼엄한 분위기다. ‘노량진수산시장 강제집행을 즉각 중단하라’ 등 상인 측 주장이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오가는 이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통로와 구 시장 내부에는 전운이 감돌 만큼 공기가 무겁다.

상인들은 “끝까지 현장에 남아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겠다”고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 수협 측을 향해선 “최소한의 물과 전기마저 끊어버린 반인륜적인 집단”이라며 각을 세웠다. 현재 신 시장으로 넘어가지 않고 구 시장에 남은 상점은 총 256곳. 약 400곳은 이런저런 이유로 벌써 신 시장에 자리를 잡은 상태. 한 상인은 “계속 버티면 시장에서 영영 장사할 수 없을 거란 수협 측 협박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상인들은 저항하며 버텨낼 것“이라고 전의를 밝혔다.

수협 측은 “양보할 뜻이 없다”며 단호하다. 최후 통지가 이를 대변한다. ‘9일 오후 5시까지 신 시장 입주신청서를 받은 뒤 잔여분은 일반인에게 분양할 것이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신시장 입주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민ㆍ형사상 책임은 퇴거 불응 당사자에게 있다.’ 마지막 기회이니 오판하지 말라는 엄포인 셈이다. 수협 관계자는 “구 시장 영업은 불가능해졌으니 상인들도 신 시장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치 양보 없는 양측 대립은 사소한 시비와 날 선 말싸움, 가벼운 몸싸움을 넘어 유혈 충돌마저 우려될 만큼 일촉즉발이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협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20명 넘는 상인들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수협이 “억지 주장”이라고 즉각 반박했지만, 실제로 현장에선 신 시장 통로를 가로막으려는 구 시장 상인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수협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수협이 디데이(D-day)로 잡은 9일 오후 5시 이후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수협 관계자는 “신 시장 입주 신청을 마감한 뒤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명도 집행이나 강제 처분 등 더 강한 조치가 행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노련 관계자는 “단전 단수뿐 아니라 더한 상황이 오더라도 자리를 지켜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일부 상인은 “불상사가 일어날 것 같아 걱정인데 정부는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고 불평했다. 윤 공동위원장은 “경찰은 폭력행위에 적극 개입하고 서울시와 정부도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구시장 상인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단전 단수 조치 첫날인 지난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이날 오후 노량진에 방문한 인권위 측은 기초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지 판단할 방침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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