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투어버스 4-파주 평화 안보 코스]

북한 땅과 직선거리로 2㎞에 불과… 망원경으로 보면 북한 주민들 모습까지

[저작권 한국일보]. 20여명의 관광객을 태운 파주시티투어버스가 1박2일의 평화 안보 코스를 여행한 뒤 4일 오후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을 빠져 나오고 있다. 북한군의 침투를 막기 위해 쳐놓은 철조망과 겹겹이 설치된 바리게이드가 분단의 현실을 보여준다. 류효진 기자

“와, 개성공단이다.” “저기 북한 사람도 보여요.”

지난 3일 경기 파주시 장단면 ‘도라전망대’에 오른 관광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북한 땅이 마냥 신기한 표정이었다. 기존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11m 더 가까운 곳에 새로 지어 일반에 개방된 첫날부터 관광객들로 붐볐다. 북한 선전마을인 기정동 마을과 송악산, 개성시내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남과 북이 대치하는 비무장지대(DMZ)의 풍경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로워 보였다. 출입 제한이나 사진촬영 금지 표지판도 없다. 북한 주민들이 모습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전망대 망원경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전남 여수에서 왔다는 초등생 이재현군은 “산에 나무가 없어 신기해요. 빨리 통일이 돼서 평양냉면을 맛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웃어 보였다.

[저작권 한국일보] 파주 시티투어 평화 안보 코스. 강준구 기자
[한국일보 저작권]경기 파주시 장단면에 있는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지역 모습.

도라전망대는 남측에서 북한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최북단 전망대다. 북한과 군사분계선 기준 직선거리로 2㎞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구역) 너머 DMZ까지 들어가야 해 통일대교에서 신원 확인을 거쳐야만 방문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가깝고도 먼 곳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도라전망대는 ‘오감만족! 파주시티투어 휴(休)’의 ‘평화안보’ 코스 중 하나다. 파주시의 시티투어 4개 코스 중 대표 관광라인으로 꼽힌다.

이날 오전 파주 문산역에서 1박2일 코스의 ‘파주시티투어버스’에 몸을 실었다. 늦가을 풍경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고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까지 곁들여지자 여행의 생동감이 전해졌다. 20여명을 실은 버스는 10분 남짓 1번 국도를 내달려 임진각에 다다랐다.

우리나라 대표 평화안보 관광지답게 인파들로 북적거렸다. 임진각 전망대, 망배단, 평화의 종, 3,000개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평화누리공원을 비롯해 경의선 증기 기관차(등록문화재 제78호)까지 분단의 상징물들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관광객들이 주로 모여든 곳은 임진강 독개다리(길이 105m, 폭 5m)다. 파주 문산읍 운천리와 장단면 노상리를 잇는 경의선 상행선 철도 노선으로,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파괴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16년 관광용 인도교로 복원됐지만, 교각 곳곳에 박힌 총탄 자국이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일보 저작권]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파주 임진강 경의선 철교 옛 독개다리 모습. 전쟁 당시 폭격으로 다리는 끊어졌고, 교각 곳곳(사진 아래 부분)에 박힌 총탄 자국이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일보 저작권]전쟁 당시 폭격으로 멈춘 경의선의 마지막 증기기관차 모습.

파주시티투어 관광객 이철민(70)씨는 “녹슨 열차와 총탄 흔적을 보니, 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며 “남과 북이 대치를 끝내고 하루빨리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임진각을 나와 도착한 곳은 남북 냉전의 현장인 제3땅굴이다. 헬멧을 쓰고 지름 3m, 길이 358m(북한 측 265m)의 둥근 아치형태 땅굴 속을 걷는 재미가 색다르다. 천장이 낮아 관광객들의 헬멧이 천장에 부딪히며 비명소리도 잇따랐다. 도보로 옆으로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한 셔틀 승강기도 놓여 있다.

제3땅굴은 북한이 남으로 435m(총 길이 1,635m)까지 파내려 오다 현 위치에서 발견됐다. 시간당 3만명의 무장 병력이 이동할 수 있는 규모다.

이현경(49) 파주시티투어 관광 해설사는 “올 초 만해도 하루 종일 대남ㆍ대북방송이 울려대 DMZ 관광지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았는데, 판문점 회담 이후에는 평온해졌다”며 “민통선 주민들도 이런 분위기에 적응을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버스가 다시 2차선 도로를 내달렸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DMZ의 가을 풍경에 관광객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판문점’, ‘남북 출입국사무소’ 등 낯선 이름의 표지판을 지나 경의선(서울~신의주)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DMZ 남방 한계선에서 700m 떨어진 경의선 남쪽 최북단 역, 북으로 가는 첫번째 기차역이다. 역과 주변엔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다.

사파로바 알미라(22ㆍ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DMZ에 와보니 묘한 기분이 든다”면서 “한국인의 소원인 통일이 꼭 이뤄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오후 5시쯤에는 민통선 마을인 통일촌 ‘부녀회 식당’에서 파주 특산품인 장단 콩으로 만든 된장찌개를 맛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구수한 찌개 맛에 연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인구 480명의 통일촌에는 3곳의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찰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경기 파주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유일한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 그리브스. 경기도 제공

숙소는 민통선 내 유일한 미군 반환기지인 캠프 그리브스다. 관광객들은 군대식 침상 등 군 내부반을 그대로 옮겨 놓은 숙소에 짐을 풀었다. 미군들이 쓰던 생활관 1개 동을 리모델링해 만든 4층짜리 유스호스텔과 막사와 중대 사무실, 저장고, 보급소 등이 원형 그대로 보전돼 있었다. 내부는 다큐상영관, 예술 전시관 등으로 꾸며져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캠프 그리브스는 미군이 1953년부터 2004년까지 주둔했다가 반환된 뒤 지금은 안보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이튿날 아침, DMZ의 공기는 확실히 상쾌했다. 이날은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이기도 한 캠프 그리브스에서 ‘태양의 후예’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통일의 숲’이라는 불리는 ‘도라산 평화공원’과 ‘허준묘’를 둘러봤다.

시티투어 관광객 이동희(49)씨는 “북한 군인이 사력을 다해 팠을 제3땅굴이 제일 인상 깊었다”며 “도라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갈수 있는 날을 기약한다”고 말했다.

세계 유일의 ‘파주시티투어버스’ 평화 안보 코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에 올라있다. 1박2일 코스는 4월~11월 매달 첫 주 토,일요일에 운행된다. 임진각관광지-제3땅굴-도라전망대-통일촌 부녀회 식당-캠프그리브스(숙박)-도라산 평화공원-허준묘 등을 둘러보는 코스다. 참가비용은 1인 4만4,000원.

당일 코스는 이달까지 매주 화요일에 운행된다. 파주시티투어는 평화 안보 코스 말고도 ‘문화예술’(매주 수요일) 등 3개 코스가 더 있다. 예약 문의는 파주시티투어버스 홈페이지(www.pjcitytour.co.kr)를 참고하면 된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파주는 ‘한반도의 평화수도’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많은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파주’를 찾아주시는 많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관광상품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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