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8 GT와 함께 가을 드라이빙을 다녀왔다.

11월의 어느날, 잠에서 깨 스마트폰의 화면을 밝혔다. 6시 30분, 평소와 다름 없는 시간에 일어났다. 머리 속에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하루를 시작할지 별 의미 없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결론은 '드라이빙'을 다녀오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피곤을 몰아내고 씻고 옷을 입으며 며리 속에서는 또 다른 고민을 하게 되었다. 2001년식의 BMW E38의 키를 챙길지 시승차로 받은 푸조 308 GT의 키를 쥐게 될지 말이다.

내심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하고 싶은 욕심과 그 동안 어르신(E38)을 너무 방치해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이빙 겸 차량 상태를 확인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런데 잠시 후, 너무나 자연스럽게 308 GT의 컴팩트한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스스로를 마주하게 되었다.

자라섬으로 향하다

푸조 308 GT의 목적지는 자라섬으로 택했다.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자라섬은 사실 서울에서 달리면 한 시간하고 조금 더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다.

동서고속도로 덕에 가는 길도 워낙 수월해진 편이라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장소다. 물론 이번과 같이 7시 정도에 출발하는 게 아니라면 여지 없는 '정체'와 함께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이 떠오르다

푸조 308 GT의 다이내믹 모드를 활용해 '거짓 V8 사운드'를 한 껏 즐기며 동쪽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최근의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이 떠올랐다.

다른 건 아니고 '외신의 한 리뷰에서 푸조 308 GTi가 경쟁 모델 대비 평가가 좋지 못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와 함께 '그런데 어떻게 308 GT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리뷰가 모든 어떻게 '객관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고 나쁨을 떠나서 308 계열과 푸조의 드라이빙 감성을 좋아하느 '취향'인 것이다. 불쾌할 정도로 긴장된 하체 보다 포용력 있으면서도 '잘 달리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건 평소의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었다.

이제는 아쉬운 308의 i-콕핏

프랑스에서 신형 508을 경험하고 온 탓일까? 그렇게 예쁘게 보였던 푸조 308 GT의 실내 공간이 아쉽게 느껴진다. 신형 508이 워낙 매력적인 구성과 디자인을 과시해서 그런지 '초기 형태'를 유지한 308 GT의 실내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만난 508이 갖추지 못한 매력적이고 신뢰도 높은 시트의 질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소재의 조합이나 시트의 형태, 그리고 하이라이트 연출까지 무엇 하나 빠짐이 없다. 다만 수동 조작인 점, 원형의 다이얼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점은 참 아쉬운 부분이다.

경쾌하게 달리는 푸조 308 GT

자라섬까지 달리는 시간 동안 푸조 308 GT은 말 그대로 경쾌하고 즐거웠다. 100% 긴장된 상태에서 매 코너를 전력을 다하는 여느 차량들과 달리 심적인 여유와 조향에 따라 살랑이는 차체를 느끼며 달리는 그 특유의 즐거움은 정말 매력적이다.

물론 308 GT로도 전력을 다해 서킷을 타듯 달릴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긴 일반 도로다. 도로 위에서 서로의 속도를 경쟁하는 건 타인에 대한 위협 행위이자 불법 행위지 '결고 레이싱'이라는 표현으로 미화되어 노출 될 일이 아니다.

각설하고, 푸조 308 GT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블루HDi 180 디젤 엔진의 존재다. 경쟁 모델 대비 출력이 뛰어난 디젤 엔진도, 그렇다고 정숙성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지만 '308 GT의 경쾌한 드라이빙'을 구현하는 원천이다.

가솔린 엔진만큼은 아니지만 출력 전개의 기민함과 RPM이 상승할 때 페달을 통해 전해지는 감성 등 '개인의 취향을 명확히 저격하는' 그런 엔진이다. 물론 조금 더 기민하고 강한 힘을 낼 수 있다면 그 쪽이 더 매력적이겠지만 308 GT에게 이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엔진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EAT6 6단 자동 변속기도 준수하다. 기본적인 변속 속도나 변속 시의 기계적인 느낌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카레이서인 김학겸 또한 이 부분은 만족했다. 다만 변속기 구조의 특성으로 인해 주행 중 '예리함'은 다소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충분히 즐거운 드라이빙을 연출할 수 있고, 이와 핚메 푸조 고유의 뛰어난 효율성까지 모두 즐길 수 있으니 '극단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딱 이정도가 일상과 스포츠 드라이빙을 오가기 적당한 수준이다.

안개 안에 숨은 자라섬

자라섬을 둘러보며 여유를 부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자라섬 전체가 안개 속에 숨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금만 멀어져도 308 GT에 대한 초점이 흐려지고, 카메라로 담긴 선과 곡선의 경계가 마치 뭉게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대로도 나쁘지 않았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는 그 분위기, 숨을 내쉬고 또 들이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 그리고 조금은 쌀쌀하지만 외투 덕에 두 뺨에만 전해지는 그 기온 또한 나쁘지 않았다.

선명히 물든 산 아래를 달리다

자라섬에서의 여유를 한껏 부린 후 다시 308 GT의 시트에 몸을 맡겼다. 어느새 해가 자리를 잡으며 안개가 걷히고 제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 가려진 모습들이 드러나기 전 다시 주행을 시작했다. 가평에서 강촌, 춘천 방향으로 넘어가는 국도를 달리며 도로의 흐름과 굽이치는 그 과정에 따라 308 GT의 컴팩트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308 GT와 함께 내달렸다.

조금 더 높은 속도롤 달리고 싶은 욕심이 머리 속을 가득 했지만 속도를 높이지 않더라도 조향에 따라 매끄럽고, 또 부드럽게 무게 중심을 넘기고, 노면을 움켜쥐며 드라이빙의 완성도를 높이는 푸조 308 GT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코너를 앞두고 강한 제동을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노면을 제대로 움켜쥐는 브레이크 시스템과 조향에 따라 매끄럽고 기민하게 무게 중심을 옮기며 '코너를 향해 308 GT를 던지게' 만든다

그리고 WRC의 경험으로 조율된 하체는 점진적인 가속으로 코너를 탈출하더라도 안정감 있는 여유와 완성도 높은 움직임을 과시하며 제법 높은 속도에서도 긴장하기 보다는 여유롭게 도로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게 만들어 달리는 내내 '만족감'을 누리게 되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트 포지션의 높이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분명 많은 고민 끝에 시트 포지션을 배정했겠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딱 부합하는 건 아니라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외에도 공간에 대한 부분 또한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적어도 달리는 동안 그 어떤 차량과 비교하더라도 즐겁고 매력적인 차량임에는 분명하다. 그렇게 얼결에, 또 급작스럽게 시작된 푸조 308 GT와의 드라이빙은 다시 한 번 또 만족감과 함께 마무리하게 되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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