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전국 시도지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서 '중앙권력을 나누면'의 의미인 '÷'를, 정순관 차지분권위원장은 '지방의 역량이 배가 되고'의 의미인 '×'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주민 행복은 더해진다'의 의미인 '+'모형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토박이가 서울에서 유학할 때니 30년 조금 더 됐다. 방학이 다가올 때마다 서울 친구들이 묻는다. “촌에는 언제 가니?” 부산 대구 가리지 않고 서울 아니면 말끝마다 촌, 시골이란다. 서울에 유학한 촌놈들은 한번쯤 들어봤음 직한 말이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 지금도 서울사람 촌타령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후배들의 전언이다.

그때 촌놈들 상당수가 지금은 서울에서 직장 잡고 결혼해서 서울사람이 됐다. 대학시절 촌놈으로 분류됐던 한 동기는 최근 한 모임에서 자신을 서울코즈모폴리턴이라고 불렀다. 서울세계시민이라고 친절하게 뜻풀이까지 해줬다.

대한민국이 서울공화국인 것은 어린아이도 안다. 서울로 권력과 자본, 교육과 문화가 모두 모이다 보니 한국인으로 태어나면 기를 쓰고 서울로 가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울이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세계시민 대접을 받기 위해 콩나물시루 같은 인구밀도와 교통체증, 환경오염, 비싼 물가와 천문학적인 집값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서울세계시민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지방사람의 단순 셈법에 따르면 직장과 자녀교육 문제만 해결되면 서울의 비싼 집과 전세비 빼서 촌으로 내려오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보장할 것 같은데 서울의 유혹은 KTX 반나절 생활권으로도 극복하기 힘든 것 같다.

자발적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하겠지만 등 떠밀려 이를 검증할 국가 프로젝트가 하나 시행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 혁신도시 10곳으로 이전한 것이다.

중간평가를 보면 역시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지방도시야 두 손 들고 반겼지만 낮은 지역인재 채용률은 여전히 불만이고, 본의 아니게 서울과 수도권을 떠난 공공기관 직원들도 혁신도시의 삶이 도무지 혁신적이지 않다. 지난 한 해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14.2%, 정주여건 만족도는 F학점인 52.4점이다. 교육과 의료, 문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가족동반 이주율도 35.9%에 그치고 있다. 가족이 없는 미혼과 독신자를 포함해도 61.1%다. 숫자가 말을 한다.

균형발전과 함께 대한민국 살리기의 또 한 축인 지방자치도 역사에 비해 속도는 더디다. 1991년 부활한 지방자치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치권과 예산의 제한이다.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이 8 대 2인 것을 비꼬아 ‘2할 자치’라는 풍자가 성행한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예산철만 되면 자치단체장들이 문턱이 닳도록 중앙정부와 국회를 오가며 국비를 앵벌이 하고 있다. 올 연말에도 여의도에서는 예산쪽지가 이러저리 날아다니고 백지화된 사업이 이곳 저곳에서 부활할 것이다. 단체장들은 선심성 예산 확보의 일등공신임을 내세우며 치적 알리기에 나설 것이 뻔하다. 지방세를 높이자면서도 국세를 구걸할 수밖에 없는 두 얼굴이 지방의 현실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쉽지 않겠지만 오히려 고양이 앞에 줄을 서면서 지방자치는 뒷걸음치고 있다.

대통령이 지방자치의 물꼬를 트는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2022년까지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 대 3으로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6 대 4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역인재 채용률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9월 초 2단계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정부도 2022년까지 5년간 혁신도시 발전에 4조3,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바야흐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한 단계 상승무드를 타고 있다. ‘4할 자치’와 ‘혁신도시 시즌 2’에 힘입어 “지방도 살만하다”는 서울코즈모폴리턴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기 바란다.

전준호 대구본부 부장

전준호 대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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