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 돌리는 청년들… 정부 관리는 부실]
K-MOVE 등 3년간 2만여명 지원, 취업 성공은 1만여명
D등급 받은 기관 통해 호주 갔다가 임금 착취 당하기도
[저작권 한국일보]정부지원 해외취업자 및 평균연봉/ 강준구 기자/2018-11-06(한국일보)

올해 4월, K-Move스쿨 연수기관인 순천대 산학협력단의 호주 국제수영지도자 자격증 취득 연수과정을 통해 워킹 홀리데이비자를 취득해 호주로 간 한국 청년들이 임금 착취 및 사기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모(28)씨 등 6명은 2016년 순천대와 연계된 시드니 한인 수영업체에서 연수를 받고 수영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 취업 알선을 받는 해당 과정에 참여했지만 실제로는 알선업체로부터 허위 자격증을 발급받았고, 월 급여 또한 600호주달러에 불과해 부업을 더 해야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글에서 이씨는 "연수 과정에 대한 관리ㆍ감독 의무가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민원을 넣고 자료를 요청했지만 공단에서는 자료 공개를 하지 않고 되레 연수기관을 감싸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청원이 알려지자 산업인력공단측은 순천대의 해당 연수과정의 약정을 해지했고 정부 보조금은 일부 환수조치했으며, 순천대 및 알선기관에 대한 형사 고소를 접수해 진행 중이다.

순천대의 해당 연수는 이미 한 해 전인 2015년 연수과정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고 특별관리 대상이 된 상태였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9월 월드잡 홈페이지에 게시한 '2015년도 해외취업 연수사업 연수과정 및 운영기관 평가결과 공고'에 따르면 순천대 산학협력단의 호주 국제 수영지도자 자격증 취득, 연수과정은 평가 대상이었던 전체 175개 연수과정 가운데 145위로 D등급을 받았다. 산업인력공단은 D등급을 받은 평가 부진 연수기관의 경우 특별관리 및 운영지원, 과정승인 심사에서 감점을 부여하며 E등급을 받은 연수기관에는 2년간 연수과정 참여 제한을 둔다고 밝혔다. 결국 2015년 사업으로 특별관리 대상이 된 연수기관에서 다음 해 똑같은 사업을 진행하다 취업 사기 사건으로까지 비화된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개입하는 해외 취업 지원사업들은 해마다 관련 예산이 늘어나고 있지만, 감독과 관리가 소홀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힘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투입 예산 대비 실적은 저조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 취업사업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해외취업촉진대책'을 시작으로 2009년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사업을 거쳐 박근혜 정부 들어 2013년 K-MOVE(정부지원 해외 취업ㆍ창업 지원사업) 사업으로 재편됐다. 정부의 해외 취업 지원사업 추진에 힘이 실리면서 박근혜 정부 때부터 청년 해외 취업자수가 양적으로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이 기조는 변하지 않아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15년 2,903명이었던 해외 취업자는 2016년 4,811명, 2017년 5,118명으로 꾸준히 늘어갔다. 특히 해외 창업사업은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기조에 맞춰 경쟁적으로 추진되면서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산업통상부 등 부처간 유사중복문제가 발생하는 공급과잉 현상도 빚어졌다.

그러나 정부의 해외 취업사업은 여전히 낮은 취업성과, 미흡한 사후관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 취업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에 비해 실적은 저조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한 정부 해외 취업사업 집행실태 조사분석에 따르면 9개 부처 17개의 해외 취업사업 관련 예산은 2015년 574억7,300만원, 2016년 680억 5,100만원, 2017년 716억 7,700만원, 2018년 767억7,200만원으로 늘어왔다. 반면 취업 인원은 지원 인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2017년) 정부 해외 취업사업 지원을 받은 2만 2,844명 가운데 실제로 취업한 인원은 48.1%(1만981명)에 불과하다.

해외 취업 평균 연봉도 제자리 걸음이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정부 지원을 받은 해외 취업자의 평균 연봉은 2015년 2,576만원 2016년 2,686만원 2017년 2,900만원이었다. 지난해 해외 취업 1위부터 3위가 일본, 미국, 싱가포르 순이었음을 감안할 때 실질 소득 수준이 높다고 말할 수 없다.

해외 취업사업 중 가장 큰 지원규모를 차지하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K-Move스쿨 사업이다. 전체 정부의 해외 취업사업을 통한 취업자 가운데 2015년 34%, 2016년 38%, 2017년 44%가 이를 거쳐 갔다. 2017년 K-Move스쿨의 예산집행액은 262억 5,000만원이었고 올해는 추경예산까지 포함해 293억 7,000만원으로 늘었다. K-Move스쿨 사업은 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한 연수기관(대학ㆍ민간기업 등)에서 일정 시간 연수를 거쳐 해외 취업을 연계해 주는 것으로, 연수기관에 1인당 580만원에서 800만원까지 지원한다.

해외취업연수운영지침에는 ‘국내연수과정의 경우 연수기간이 6개월 초과인 경우에는 과정 중 3회, 6개월 이하인 경우에는 2회 이상 점검’, ‘해외에서 실시하는 연수과정은 기간 중 1회 이상 방문 점검’이 규정돼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는 일은 드물다. 순천대의 문제가 된 호주 연수과정에 대해서도 산업인력공단측은 현지 방문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 산업인력공단은 “연수의 국내과정에서는 직접 방문점검을 진행하지만, 해외에서 진행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방문 점검이 어렵다”며 “대신 코트라 무역관이나 영사관과 협력해 현지에서 연수과정생 지원을 늘리고 있고, 올해 월드잡홈페이지에 부당사례 신고센터를 신설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8 일본취업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기업들의 채용 공고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2018-11-05(한국일보)
◇범정부 차원 컨트롤타워가 시급해

정부의 민간 취업알선기관을 활용한 해외 취업 증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민간 인프라를 통해 지원자가 취업에 성공하면 민간 기관에는 1인당 200만~300만원의 알선 수수료가 지급된다. 연급여 3,500만원 이하는 200만원, 이상은 300만원으로, 우량 구인처 발굴을 위한 인센티브 성격이다. 지원액은 2015년 6억, 2016년 11억, 2017년 13억5,000만원으로 급증세다.

그러나 이 경우 해외 취업사업의 핵심 내용을 민간에 의존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K-MOVE 사업 고용영향평가 현장점검 보고서'는 “(현지)기업 매칭이나 참여자 관리 등을 중개 기관에 맡겨버리면 정부 사업이 민간기관의 노하우나 역량에 의존하게 된다”며 “직접 지원금 지급보다 정부의 효율적인 일자리 발굴과 비자문제 같은 해외진출 장애요인 제거를 위한 제도 개선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방식은 단기 성과에 매몰돼 단순직종 등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성도 다분하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알선기관이 중개한 해외 인턴ㆍ취업 일자리의 고용여건이 취약한 경우가 많아 구조개편이 있었다”며 "사업비로 고용서비스 알선기관을 먹여 살리는 구조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컨트롤 타워를 세우고 사업 전체를 총괄 관리ㆍ감독하며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전략 추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취업의 특성상 각 단계와 성격마다 여러 부처가 관계돼 있으므로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실제 2015년 9개 부처 22개 사업에서 2016년 10개 부처 23개 사업, 2017년 10개 부처 24개 사업에서 2018년 12개 부처 28개 사업으로 갈수록 복잡해졌다. 고용노동부 주관 K-MOVE가 관련 정부 주도 사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40여%에 달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이처럼 유관 기관이 얽히고 설켜 있는 상황이다.

김정훈 의원은 “사업들이 부처마다 산재돼 우후죽순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범정부 콘트롤 타워를 마련해 중복사업은 정리하고 특화사업을 육성하는 등 프로그램 전략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적에 따른 사업 재정비 필요성도 제기된다. 해외 취업사업의 성과지표는 취업률이지만 해외인턴의 경우 글로벌 역량 증진이 목적인 지원자가 적지 않다. 이들은 해외 취업보다는 인턴 경험 그 자체 또는 스펙 쌓기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에 해외 취업 성과를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사업을 취업연계형과 역량강화형으로 유형화하고 각자 목적에 맞는 성과 관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역량 강화를 주목적으로 하더라도 당장 ‘글로벌 역량’을 무엇으로 보고 측정할지 문제될 수 있다”며 “사업 목적을 분명히 설정하고 그에 맞게 성과 지표를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해외 취업 청년들에게 닥칠 수 있는 근로조건 문제나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지원도 개선돼야 한다. 국회 청년미래특위 소속 신보라(자유한국당) 의원은 “현재 해외 취업 청년의 고용노동문제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고용노동관은 6명(제네바대표부, 베트남, OECD대표부,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에 불과하며, 이 중 2명은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라며 “늘어나는 해외 취업 청년의 어려움을 살펴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이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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