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투파더’ 김진성 대표
“관리소 운영 혁신모델 만들 것”
김진성 투파더 대표는 “과기부, H-온드림, 창업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지원금으로 시스템을 개발한 만큼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개방한다. 페이스북, 카카오톡이 서비스를 무료 개방해 이용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렸듯 저희 서비스도 이용자 수를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류효진 기자

자린고비가 된 심정이 이런 것일까.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에도 상당수 시민들은 전기요금이 걱정돼 제대로 에어컨을 틀지 못한 채 재난에 가까운 더위를 견뎌야만 했다. 정부의 한시적 누진세 완화정책으로 ‘전기료 폭탄’ 사태는 막았지만, 각오한 것보다 단출한 전기료 고지서를 받아 든 많은 시민들이 ‘괜히 참았다’는 하소연을 쏟아냈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상시적으로 반복된다면 이런 촌극을 매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2016년 문을 연 ㈜투파더는 전국 아파트, 오피스텔 입주자의 전기 사용량과 예상 전기료를 실시간 알려주는 등 집합건물의 에너지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한 아파트, 오피스텔에 한해 데이터를 분석, 전기는 물론 수도·온수·난방 사용량과 예상금액을 카카오톡을 통해 조회 할 수 있다. 그간 ‘깜깜이 요금’으로 간주된 세대별 공동전기요금도 실시간 조회가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11월 정식 오픈 되는 투파더 홈페이지(http://www.findday.co.kr/)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16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김진성 투파더 대표는 “관리사무소 운영에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싶었고 그 킹핀에 해당하는 것이 전기료였다”고 말했다. 세대별 등수도 실시간 계산돼 자신이 다른 집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은 전기를 썼는지 알 수 있다. 자연히 누진제 구간에 적용되지 않게 사용량을 조절하며 전기를 쓸 수 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2003년 이후 지은 아파트, 집합건물에는 세대별 에너지 사용량 원격 검침이 가능한 계량기가 설치됐습니다. 이 데이터가 관리사무소 컴퓨터에 모이죠. 세대별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와 한전으로부터 받는 아파트 총량 데이터를 플랫폼으로 연결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 생각했죠.”

아파트 관리소마다 세대요금과 공동요금을 나누는 방식이 달라 어떤 전기요금 체계를 선택하고, 어떻게 부과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양을 써도 전기료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김 대표가 “전기료 누진제가 적용될 때 검침일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파트가 한전과 계약 맺는 요금체계와 관리소 부과방식”이라고 단언하는 이유다.

투파더가 모은 빅데이터 모수는 약 100개 아파트(오피스텔, 상가건물 포함), 2만 세대.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각 아파트별 특성을 고려한 전기사용량에 따른 최적 전기요금을 계산한다. 전기료 계약방식에 따른 공동전기료 증가 여부, 세대별 불이익 정도, 복지할인 차이 등 변수도 계산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시스템의 알고리즘을 통해 각 세대별 전기, 수도, 난방, 사용량과 요금 및 계량기 고장 여부도 관리소에서 체크할 수 있다.

11월 정식 오픈하는 (주)투파더 홈페이지 메인화면

수익은 ‘전력 수요반응 사업’으로 낼 계획이다. 올 7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지능형 전력망 사업자’로 등록했다. “폭염, 한파 등으로 전력 예비율이 낮아 한전이 전기사용량을 줄여달라고 할 때, 진짜 줄여주는 거죠. 전력거래소가 요청할 때 전력망 사업자가 전기 수요를 줄여주면, 전기 절감 비용보다 약 9배 금액을 기본료로 산정해줍니다. 투파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1년에 4~5차례 1시간 동안 전기사용의 약 6%정도 줄여달라고 요청할 계획입니다.” 올해 서울에너지공사의 에너지자립마을 11개 아파트에서 시험운용하고 산정한 수치다. 관리소가 공동시설부분의 주차장 조명을 낮추거나 승강기 일부를 일시 정지하고(4%) 각 세대가 안 쓰는 전등을 끄는 등의 에너지 절약 실천(2%)으로 달성할 수 있다.

김 대표가 ㈜투파더를 운영하게 된 건 개인적인 경험이 컸다. 하이닉스 반도체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그는 20대 중반 부모의 이혼을 겪었고 이후 10여년 간 아버지와 연락을 끊었다. 이 상처는 부인이 첫 출산을 앞두고 겉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특별한 이유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심리학과 철학 책에 묻혀 지냈고 통장이 잔고를 드러낼 무렵 한 오피스텔의 관리소장을 맡게 됐다. 100여세대가 사는 그곳은 각종 분쟁과 갑질이 난무하는 작은 세계였다. 김 대표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해 그만두려고 했을 때,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아버지 또래 경비원들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이 분들을 위해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파더 직원은 총 9명. 컴퓨터 프로그래머, 전기설비 전문가, 데이터분석가로 이뤄진 에너지 연구소 직원은 모두 30대 청년세대, 오피스텔 위탁관리를 맡은 6명은 모두 50대 이상, 3명은 70대 이상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은 벤처기업보다 더 벤처기업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전기료부터 시작해 관리사무소 운영에 혁신성장을 일으키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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