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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서울시 봉사상] “아이들이 기다리니까요” 마음도 씻겨준 목욕봉사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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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서울시 봉사상] “아이들이 기다리니까요” 마음도 씻겨준 목욕봉사 20년

입력
2018.10.23 16:14
수정
2018.10.23 18:3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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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 대상 김종숙씨 

 “아이들 눈빛ㆍ표정만으로도 충분” 

 

 # 단체 대상 동성제약 

 “어르신 염색 꾸준히 이어갈 것” 

서울시 봉사상 개인부문 대상 수상자인 김종숙씨는 22일 월요일, 이날도 어김 없이 ‘목욕 봉사’를 위해 서초구 어린이병원에 출근했다. 그는 두 시간 가량 아이들을 씻긴 후 “개운하다”며 병원을 나섰다. 고영권 기자
서울시 봉사상 개인부문 대상 수상자인 김종숙씨는 22일 월요일, 이날도 어김 없이 ‘목욕 봉사’를 위해 서초구 어린이병원에 출근했다. 그는 두 시간 가량 아이들을 씻긴 후 “개운하다”며 병원을 나섰다. 고영권 기자

김종숙(61)씨에게 매주 월요일 일과는 20년째 똑같다. 불교 신자인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해 오전 11시 40분이 되면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씨가 1시간 넘게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목적지는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어린이병원. 그는 병원에서 오랜 시간 누워 있는 중증 장애 환자들의 몸을 씻기며 한 주를 시작한다. 횟수론 522회, 시간으로 치면 1,567시간이다. ‘목욕 봉사’는 봉사 중에서도 유독 고된 일이다. 그는 이 일을 20년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묻자, 거창한 사명감 대신 “아이들이 기다리니까요”라고 답했다.

김씨가 올해로 30회를 맞는 ‘서울시 봉사상’ 개인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병동에 (봉사하러) 다니는 분들이 서로 추천을 미루다가 내가 추천을 받았을 뿐”이라며 “(상 없이도) 고맙다고 말하는 아이들 눈빛이나 시원해하는 표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1999년 어린이병원에서 목욕 봉사를 시작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활동하며 주 5일 날마다 다른 봉사를 ‘밥 먹듯이’ 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힘에 부치자 목욕 봉사만 빼고 다 접었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 9, 10명을 씻기는 이 일이야말로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그만큼 내 손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애들을 씻기고 나면 내 마음까지 개운해진다”며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건강이 따라줄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들 욕창 예방에 꼭 필요한 일이니 더 많은 사람들이 목욕 봉사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서울시 봉사상 단체부문 대상 수상자인 ‘동성제약 염색봉사단’이 지난 7월 도봉구청 강당에서 지역 노인들의 머리를 염색하고 있다. 동성제약 제공
서울시 봉사상 단체부문 대상 수상자인 ‘동성제약 염색봉사단’이 지난 7월 도봉구청 강당에서 지역 노인들의 머리를 염색하고 있다. 동성제약 제공

단체부문 대상 수상자는 ‘동성제약 염색봉사단’이 선정됐다. 염모제를 주력으로 개발∙판매하는 동성제약은 1998년부터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무료 염색을 해주고 있다. 노인들이 결혼식이나 잔치 등 행사 참석을 앞두고 염색 필요성을 느끼지만 통상 3, 4만원에 달하는 염색 비용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초반엔 뜻이 맞는 몇 명의 직원들이 모여 개별적으로 봉사를 하다 7년 전부터는 약 80명이 소속된 봉사단(서울 3개팀, 아산 2개팀)을 결성해 보다 체계적으로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염색한 노인들만 8만7,576명에 달한다.

이양구 동성제약 대표는 “소박하고 작은 나눔에 서울시 봉사상 대상이라는 큰 상을 수상하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동성제약의 핵심 사회공헌 활동으로 염색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봉사상은 서울시와 한국일보 공동 주관으로 이웃사랑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시민과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지난 5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10명 이상의 시민과 단체, 25개 자치구를 통해 총 59팀의 후보를 추천 받았다. 이어 13명으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의 서면 심사와 합동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가 선정됐다.

황인식 시 행정국장은 “서울시 봉사상은 해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21개의 열매를 맺는 사과나무와 같은데 이 나무가 올해 서른 살이 됐다”며 “앞으로 백 년, 천년 큰 나무로 자라 서울시민들에게 사랑의 그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24일 오후 2시10분 서울시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리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준희 한국일보 사장, 21명의 수상자와 가족이 참석한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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