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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R&D사업 지원’ 미끼로 잇속 챙긴 기정원 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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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R&D사업 지원’ 미끼로 잇속 챙긴 기정원 평가위원

입력
2018.10.23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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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홈페이지 캡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홈페이지 캡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 연구개발(R&D) 지원사업 평가위원이자 중소기업 대표인 A씨는 지난 3월 지원사업에 신청한 B업체의 대면평가에 참여했다. A씨는 다음날 B업체에 전화를 걸어 자신을 대면평가에 참여한 평가위원이라고 소개하며, 회사를 방문하겠다고 했다. A씨는 B업체 사장에게 “어제 평가 내용이 좋지 않았는데, 내가 결과를 ‘선정’으로 바꿀 수 있다”며 “내가 정부 과제 컨설팅도 맡고 있으니 나한테 컨설팅을 받으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업체는 고심 끝에 기정원에 A씨를 신고했고, 기정원은 지난 5월 A씨를 ‘비밀유지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 사유로 해임했다.

최근 3년간 해임된 기정원 평가위원은 270여명에 달하며, 해임된 기정원 평가위원들 대부분 A씨처럼 부정행위와 비리를 저질러 해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정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R&D 전담 기관으로, 정부 지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현재 연평균 3,000명 정도로 평가위원 풀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연구개발(R&D)지원사업 평가위원 해촉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연구개발(R&D)지원사업 평가위원 해촉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기정원으로부터 ‘최근 3년간 기정원 R&D 지원사업 평가위원 해촉 현황’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한 결과, 3년간 위원직에서 제외된 273명 중 97%인 264명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사유로 해임됐다고 밝혔다. 참여제한이란 연구개발내용 누설 및 유출, 연구개발비 부당 사용,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수행 등 비리 행위로 부적격하다고 판정 받은 것이다.

A씨처럼 본인이 평가한 기업체에 접근해 브로커 행위를 시도한 것도 참여제한 사유에 해당된다. A씨 사례 외에도, 2016년에는 강릉 소재 모 대학 산학협력단 소속의 평가위원이 뇌물을 수수해 구속된 경우도 있었다. 같은 해 모 기업의 대표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돼 해임됐다.

해임 사유 중 ‘품위유지의무 위반’, ‘불성실ㆍ불공정 판명’까지 더하면 모두 270명으로, 99%가 자질이나 행실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셈이다. ‘본인 사망ㆍ고사’, ‘정무직 공무원 임명’ 등으로 해촉된 경우는 3명에 불과했다.

문제를 일으킨 평가위원 대부분 산업계 출신이었다. 위원직에서 제외된 인원 중 78%인 214명이 산업계 위원이었다. 학계와 연구소는 각각 49명, 4명이었다.

문제는 기정원의 평가위원 선발 시 윤리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 있다. 기정원은 ‘전문가 풀제’를 통해 평가위원을 위촉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가 평가위원으로 신청하면 2년간 풀제에 등록된다. 기정원 측은 이에 대해 “연 평균 3,000명이 넘는 사람이 풀제에 등록돼 사실상 면밀한 윤리 검증을 할 수 없다”며 “평가위원으로 신청한 본인의 양심에 기대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국가 R&D 사업 부정은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해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기정원이 평가위원 선정 과정에서 윤리검증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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