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 습지보호지역인 숨은물뱅듸에서 날고 있는 매. 환경부 제공

제주 한라산에 위치한 습지보호지역인 ‘숨은물뱅듸’에 고층습원형 습지를 대표하는 희귀한물이끼 군락과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게 확인됐다.

해발 980m에 위치한 숨은물뱅듸 습지보호지역은 물이 잘 빠지는 화산지역에 속한 특이한 산지습지다. 2015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는데 헝겊 조각을 덧붙여 놓은 듯한 모습으로 분포하는 ‘나무 섬’이 독특한 경관을 보여준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17년 1월부터 최근까지 숨은물뱅듸를 정밀 조사한 결과, 강원도 인제 대암산 용늪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에서 희귀한 고층습원 습지임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지습지는 영향이 풍부한 토양상태에 갈대, 부들, 창포, 버드나무, 오리나무 등이 주로 자라는 저층습원이다. 고층습원은 약산성 빈영양상태의 토양에서 물이끼와 자주땅귀개 같은 식물이 자란다.

숨은물뱅듸에 존재하는 물웅덩이는 ‘고층습원형 오미(물이 괴어 있는 곳을 뜻하는 우리말)’로 분류되는 국내 희귀 서식처로, 고유의 생태계가 양호하게 보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매, Ⅱ급인 자주땅귀개, 긴꼬리딱새, 애기뿔소똥구리 등 총 4종을 포함해 총 528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족도리풀, 바늘엉겅퀴, 벌깨냉이 등 15종의 고유종도 살고 있었다.

이정환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장은 “숨은물뱅듸에 존재하는 특이 서식처인 오미에 대해 좀 더 세분화된 정밀조사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이번 정밀조사 결과는 개별 습지보호지역에 대한 보전 계획과 습지 관리정책 수립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제주 한라산 습지보호지역인 숨은물뱅듸에서 발견된 긴꼬리딱새. 환경부 제공
제주 한라산 습지보호지역인 숨은물뱅듸 물이끼군락. 환경부 제공
제주 한라산 습지보호지역인 숨은물뱅듸 나무섬 경관.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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