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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법한 몰래변론의 방지와 공수처

입력
2018.10.21 13:00
수정
2018.11.08 16: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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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법 제29조의2에 따르면,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변호인선임서를 제출하지 아니하고는 수사 또는 내사 중인 형사사건에 대하여 변호하지 못한다. 이 규정은 2007년 개정 변호사법에서 신설되었다. 그 입법취지는 변호인선임서 등을 제출하지 아니한 채 변호 활동을 하고 대가를 얻거나 내사 사건의 무마를 조건으로 고액의 선임료를 받는 사례를 방지하여 변호사의 사건 수임 및 변호활동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는 특히 현재 법조계의 가장 큰 문제인 ‘전관예우’의 폐해 중 하나인 이른바 ‘전화변론’ 등을 방지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조항이다(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법개론’, 박영사).

‘전관예우’는 전관변호사에게 베풀어지는 시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고액의 수임료를 내고 전관변호사를 수임할 수 없는 대다수의 국민을 차별하는 위헌적인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전관변호사들이 변호인선임서를 내지 않고 전화변론 등 ‘몰래변론’을 하는 경우, 수임자료가 남지 않기 때문에 변호사협회의 감독을 피하고 세무당국의 과세 행정을 방해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이다. 이러한 불법과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변호사 자체에 대한 감독과 함께 검사와 판사가 그런 변호사의 변론 행위를 용인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변호사가 이런 불법행위를 하는 데에는 검사와 판사의 협조(묵인)가 있어야 하고, 이 때문에 법을 위반한 변호사 못지않게 그들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법원과 검찰의 전관변호사에 대한 이런 시혜적 태도야말로 전관예우에 해당한다(정형근, ‘변호사법주석’, 피앤씨미디어).

최근 경찰 수사를 통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위와 같은 변호사법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병우 전 수석은 2013~2014년 검찰이 수사한 가천대학교 길병원 횡령 사건, 현대그룹 비선실세 사건,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사건과 관련해 당시 검찰 관계자들에게 수사 확대 방지, 무혐의 처분, 내사 종결 등을 청탁하는 명목으로 착수금과 성공보수 등 10억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과정에 변호인선임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해당 사건 의뢰인들은 우병우 전 수석의 검찰 인맥을 이용해 수사 확대를 막거나 무혐의로 종결하는 것을 의도했고 실제 그렇게 되었다. 전직 검사에 대한 수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경찰이 관련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고 교수 등 법률 전문가의 의견까지 구해 그 변론 활동의 위법성을 규명한 것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반면에 경찰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 전 수석의 불법 변론에 협조하거나 이를 묵인한 검찰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우 전 수석이 검찰 관계자들에게 한 청탁의 내용 및 금품거래나 수사상 기밀 누설 등 추가 범죄 정황이 없는지도 확인하려 했으나, 수사 초반부터 검찰이 금융계좌 압수수색영장 등을 계속 반려해 자세한 부분까지는 살펴볼 수 없었다고 한다.

위와 같은 결과는 다시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설치가 필요함을 드러낸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은 단순히 우병우 전 수석이 불법적인 변론 활동으로 돈을 챙긴 것뿐만이 아니라 현직 검사가 전관변호사의 청탁을 받아 불공정한 수사를 하였다는 의혹이기 때문이다. 분명 검찰의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사람이 있고, 그런 영향을 주는 걸 조건으로 돈을 받아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있으며, 실제 그들의 뜻에 맞춰 검찰의 수사가 종결됐는데도, 돈을 주고받은 사람만 수사하고, 검찰 내에서 누가 그런 불법행위에 협조하거나 방조했는지를 밝히지 않는 건 상식에 맞지 않다. 이런 비합리적인 수사가 반복되는 걸 제도적으로 막는 방법은 공수처의 설치밖에 없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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