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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우아함… ‘발레 향연’ 가을 스펙트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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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우아함… ‘발레 향연’ 가을 스펙트럼 펼친다

입력
2018.10.19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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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댄스시어터1(NDT1)의 ‘스탑 모션’ 공연. NDT1은 발레와 현대무용을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혁신성과 우아함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네덜란드댄스시어터1 제공
네덜란드댄스시어터1(NDT1)의 ‘스탑 모션’ 공연. NDT1은 발레와 현대무용을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혁신성과 우아함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네덜란드댄스시어터1 제공

늦가을 발레 팬들이 분주해졌다. 이번 10, 11월은 발레의 계절이다. 세계적인 무용단과 무용수가 잇달아 한국을 찾는다. 100년 넘게 인기를 얻고 있는 고전 발레 레퍼토리부터 현대에 맞게 안무된 작품들은 단순한 무용이 아닌 종합예술로서의 발레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발레를 이끌고 있는 무용수들을 만나는 것 또한 가을날 펼쳐지는 ‘발레 대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현대발레의 나침반 NDT1

현대발레는 이 발레단을 전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무용단과 안무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대발레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네덜란드댄스시어터1(NDT1)이 온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NDT의 메인 무용단인 NDT1의 내한을 16년 만에 성사시켰다. 정교한 고전 발레의 기교를 바탕으로 현대무용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동작을 뽑아내는 NDT1은 발레 애호가뿐만 아니라 현대무용 관계자들도 챙겨보는 무용단이다.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솔 레옹 NDT 예술고문은 “발레가 하나의 언어라면 현대의 무용작품에는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 고전 발레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즐길 수도 있지만 좀 더 진지하게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1959년 창단된 NDT는 1975년부터 25년 간 이 무용단을 이끈 이리 킬리언에 의해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킬리언에 이어 2011년부터 폴 라이트풋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무용수이자 안무가로서 NDT와 30년을 함께 한 라이트풋과 레옹은 2005년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안무가 상을 함께 수상했다. NDT1은 음악의 선율마저 추상적인 몸의 언어로 표현해 낸다는 평을 받는다. 세계 각국의 무용수들이 NDT1에 입단하려 하는 이유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NDT1은 의상, 조명, 무대까지 창의적으로 사용하며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동작들을 보여준다”고 했다.

폴 라이트풋 예술감독과 솔 레옹 예술고문이 2001년 안무한 '세이프 애즈 하우지즈'는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역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네덜란드댄스시어터1 제공
폴 라이트풋 예술감독과 솔 레옹 예술고문이 2001년 안무한 '세이프 애즈 하우지즈'는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역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네덜란드댄스시어터1 제공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NDT1의 명성을 바로 경험할 수 있는 세 작품을 선보인다. 레옹 예술고문은 “우리의 모든 작품에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변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무대의 첫 작품은 라이트풋과 레옹이 유교 경전인 ‘역경’에서 영감을 받아 2001년 창작한 ‘세이프 애즈 하우지즈’다. 바흐 음악에 담긴 영적인 메시지와 함께 순백의 무대와 조명을 활용해 밝고 어두움을 표현한다. 오늘날 NDT1의 가장 인기 있는 레퍼토리로 인정 받고 있는 ‘스탑 모션’ 역시 두 사람의 작품이다. 초연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상주안무가 마르코 괴케의 신작도 무대에 오른다. 19~21일ㆍ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국립발레단 신작 '마타하리'의 연습 장면. 발레 뤼스에 입단하고 싶어 했던 무용수 마타하리를 그린 새로운 '마타하리'에는 그가 무죄일 것이라는 안무가인 레나토 자넬라의 생각도 담겨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신작 '마타하리'의 연습 장면. 발레 뤼스에 입단하고 싶어 했던 무용수 마타하리를 그린 새로운 '마타하리'에는 그가 무죄일 것이라는 안무가인 레나토 자넬라의 생각도 담겨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완전히 새로운 마타하리의 이야기

“나는 태양 아래에 있는 나비처럼 살고 싶었다.” 프랑스와 독일을 오간 이중간첩 혐의를 받고 총살 당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마타하리를 재해석한 드라마 발레가 탄생했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발레단, 이탈리아 아레나디베로나발레단 예술감독 등을 역임한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가 새로운 관점에서 마타하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마타하리’를 국립발레단과 함께 무대에 올린다. 18일 열린 간담회에서 자넬라는 “20세기 초반, 자기 삶을 사랑하고 자유를 누리고자 했지만 부당하게 처형 당한 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말했다. 발레리나를 꿈꾸던 무용수 마타하리의 삶에 더 집중한 작품이다.

자넬라는 1993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당시 무용수였던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주역으로 무대에 선 ‘마타하리’를 안무했다. 강 단장의 의뢰로 시작된 이번 ‘마타하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1993년에는 흔히 보이는 발레 작품의 구조를 따라 갔다면, 이번에는 음악의 구조를 따랐어요. 처형을 앞둔 마타하리가 감옥에서 자신의 삶을 회상합니다. 음악의 85% 가량이 새로워졌고, 발레 뤼스(20세기 초 세계적 무용수를 배출한 프랑스의 발레단) 설립자 디아길레프와 무용수 니진스키 등 새로운 인물을 넣었습니다.” 자넬라는 “어두우면서도 한 줄기 빛을 선사하는 음악을 쓰고 싶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10번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국립발레단 ‘마타하리’는 마타하리가 무용수로서 성공하는 모습을 그린 1막과 그 이후 스파이가 된 암흑의 시기를 다루는 2막으로 구성된다. 자넬라는 “실화에 기반한 작품이기 때문에 안무와 연출에서 무용수의 춤을 강조하려고 했다”며 “동시에 마타하리의 회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것이 흩날리는 표현을 위해 실크로 만든 막을 사용한다”고 했다. 자넬리가 직접 캐스팅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박슬기, 신승원이 다채로운 마타하리를 보여줄 예정이다. 31일~11월4일ㆍ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세계 최고 발레리나로 꼽히는 스베틀라라 자하로바가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 객원주역으로서 13년 만에 내한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계 최고 발레리나로 꼽히는 스베틀라라 자하로바가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 객원주역으로서 13년 만에 내한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고전 레퍼토리와 함께 오는 스타 무용수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과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세계 최고 발레리나로 꼽히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39)가 13년 만에 내한한다는 이유 만으로도 벌써부터 주목받는 공연이 있다. 개관 40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공동 기획한 ‘라 바야데르’다. 지난해 이 작품으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남성무용수상을 받은 데니스 로드킨이 자하로바의 상대역으로 무대에 선다. 고전 발레 아버지라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의 작품으로 32명의 무용수가 아라베스크 동작으로 언덕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망령들의 왕국’은 백색발레(길고, 흰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발레)의 최고 장면으로 꼽힌다. 11월1~4일ㆍ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6년 만에 내한한다. 최초의 동양인 수석무용수인 김기민(26)이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후 함께 하는 첫 내한이다. 100년 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돈 키호테’ 속 김기민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무대이기도 하다. 발레 ‘돈 키호테’는 원작 소설과 달리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의 결혼 해프닝을 중심으로 하는 희극 발레다. 11월 15~18일ㆍ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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