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우석영의 '동물 미술관

화저선방. 궁리 제공
동물 미술관
우석영 지음
궁리 발행ㆍ224쪽ㆍ2만2,000원

1994년 프랑스 남부 아르데스 협곡에서 동굴이 하나 발견됐다. 탐험대장의 이름을 따서 쇼베동굴로 불리게 된 이곳은 특별했다. 3만2,000년 전 구석기 시대 생활상이 오랜 시간 봉인돼 있었다. 동굴 벽은 동물 그림으로 가득했다. 동굴곰과 털코뿔소, 매머드 등 멸종된 희귀동물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었다. 동물을 잡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거나, 그들이 잡아 먹은 동물에 대한 미안함이 담겼다거나, 단지 무언가를 그리고 싶다는 예술적 욕망의 산물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따랐다. 특이하게도 동굴 벽엔 사람 손바닥이 인장처럼 찍혀 있었다. ‘내가 그렸다’는 것을 선언하고,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의지로 읽힌다. 쇼베동굴 뿐 아니라 프랑스 남서부 라스코동굴도 동물들 그림과 손도장으로 채워져 있다.

종교적인 측면이든, 예술적인 표현이든 구석기인들은 불이 꺼지고 남은 숯으로 그림을 그렸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리기의 대상은 동물이었다. ‘고대인들이 보기에 그 동물들, 소와 말, 사슴들은 인간과 지구 자연, 삶과 죽음의 신비를 품은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동물 미술관’의 저자는 추정한다. 동물은 삶의 동반자이면서도 ‘내가 살기 위해 나의 희생물이 되어야 하는 존재’이기에 ‘고대인에게 복합적, 다층적인 감정’을 불러올 만했고, 그런 감정이 동굴 벽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동물 미술관 표지. 궁리 제공

도구가 숯검정에서 붓으로, 펜으로, 연필로, 전자펜으로 바뀌었어도 동물은 그림의 주요 소재 중 하나다. 동물 그림을 통해 인간 삶의 변화, 동물에 대한 인식, 시대상 등을 읽을 수 있는 이유다.

책은 동물을 화폭에 담은(또는 조각 소재로 삼은) 미술품 130여개를 통해 인간사를 종횡무진한다. ‘인간과 동물은 어떻게 다르고, 또 얼마나 동일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피고, ‘인간이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앙리 루소와 반 고흐, 김홍도, 호안 미로 등의 그림이 그려진 배경, 그림이 품은 의미, 그림 속 동물의 역할 등을 설명하고 분석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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