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참사’ 피했지만… ‘주17시간 미만’ 16만명↑ 30~40대 고용↓ 경비ㆍ편의점 등 민간일자리↓

늘어나는 초단기 근로자=그래픽 신동준 기자

수도권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40대 A씨 부부는 올해 아르바이트생을 2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평일과 주말 근무자를 1명씩 고용해 10시간 야간근무(밤 11시~오전 9시)를 맡기던 것을, 올해부터 야근 시간을 7시간(0시~오전 7시)으로 줄여 평일 3명과 주말 1명에게 맡긴다. 장사가 잘돼서가 아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겐 매주 하루치 주휴 수당을 줘야 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늘자 자신들의 근로 부담 증가를 감수하고 알바생 고용 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쪼갠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B씨도 “올해 하루 8시간 풀타임 근무하던 정직원 1명을 주 2일, 14시간만 일하는 알바생으로 대체했다”며 “지금 매장 내 정직원이 3명인데 내년에는 이들 근로시간도 6~7시간으로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C사 대표는 “작년에는 통상 평일 8시간 근무에 야간 잔업(7시~9시30분)까지 했는데, 최근엔 자동차 산업 침체로 생산물량이 약 50% 줄어 잔업 없이 하루 8시간씩 주4일 근무하고 있다”며 “정부의 의도와 관계 없이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연령대별 9월 고용률 현황=그래픽 신동준 기자

지난달 취업자 수가 작년보다 4만5,000명 늘어나며 당초 우려했던 ‘마이너스’ 고용참사는 피했지만, 고용의 질(質)은 여전히 악화일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단시간+고령층+공공’ 일자리 위주로 고용시장이 굴러가는 모양새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일주일에 17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超)단시간 근로자는 151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만4,000명 늘었다. 이 같은 ‘미니잡’(Mini Job)은 2016년 2월부터 계속 늘어왔으나, 최근 증가 폭이 가파르다. 올해 월 평균 17시간 미만 근로자 증가 숫자는 17만명으로, 지난해(9만5,000명)와 2016년(5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또 지난달 일주일에 18시간 이상~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근로자도 무려 27만6,000명 늘었다.

이를 주52시간 근무제(8월 시행) 영향으로만 해석하긴 어렵다. 지난달 주 53시간 이상 근로자는 87만7,000명 감소한 반면, 이들이 근무시간 단축 조치에 따라 진입했을 것으로 보이는 주 36시간 이상~53시간 미만 구간의 근로자는 47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초 이 구간에 있던 일자리 중 상당수의 근로시간이 더 감축된 것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새로 늘어나는 임시ㆍ일용직의 상당수가 단시간 일자리에 많이 포진하고 있는 것 같다”며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나, 고용시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경기가 안 좋은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등이 겹치며 단기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36시간 미만 일자리는 결코 좋은 일자리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허리’ 역할을 맡은 30~40대의 고용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좋지 않은 신호다. 지난달 30~40대에서 1년 전보다 22만7,00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60대 취업자는 23만3,000명 늘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증가규모(4만5,000명)의 상당 부분이 고령층 일자리 증가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30~40대의 인구감소 변수(23만명 감소)를 제외한 고용률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대 고용률은 75.6%로 0.2%포인트 감소했다. 2015년 9월 이후 36개월 만에 감소한 것이다. 40대 고용률도 0.4%포인트(79.6→79.2%) 줄며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보를 기록했다. 반면 60대 고용률은 0.1%포인트(41.7→41.8%) 뛰었고, 특히 65세 이상 고용률은 0.6%포인트(32.8→33.4%)나 올랐다.

업종별 9월 취업자 증감=그래픽 신동준 기자

범(汎)공공 부문을 제외하면 민간 일자리가 사실상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지난달 일자리는 주로 보건ㆍ복지서비스업(+13만3,000명), 공공행정ㆍ국방ㆍ사회보장 행정(+2만7,000명) 등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공공 분야에서 많이 늘었다. 반면 ‘사업시설 관리 및 임대서비스업’(경비ㆍ청소 등) 취업자는 무려 13만명 감소했고, 도ㆍ소매업(편의점ㆍ주유소 등)과 음식ㆍ숙박점업(모텔ㆍ식당 등)에서도 일자리가 18만6,000개 사라졌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단시간 일자리와 공공 일자리 증가는 서로 연결된다”며 “지금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분야가 보건ㆍ의료인데 이쪽 일자리는 대부분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늘리고 있는 단기 일자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일자리의 증가가 고용의 양적 지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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