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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니혼바시에 하늘을 찾아주자” 3200억엔짜리 재개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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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니혼바시에 하늘을 찾아주자” 3200억엔짜리 재개발 논란

입력
2018.10.14 13:44
수정
2018.10.14 21: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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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니혼바시 위를 지나는 수도고속도로. 수도고속도로의 고가 아래 편에 니혼바시 현판이 걸려 있다. 구글지도 캡처.
일본 도쿄 니혼바시 위를 지나는 수도고속도로. 수도고속도로의 고가 아래 편에 니혼바시 현판이 걸려 있다. 구글지도 캡처.

일본에서 도쿄도(東京都)의 니혼바시(日本橋) 주변 재개발을 둘러싸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니혼바시 위를 지나는 수도고속도로 1.2㎞ 구간을 지하화하는데 3,200억엔(약 3조2,287억원)이란 큰 돈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부 언론들은 ‘3,200억엔짜리 푸른 하늘’이라고 표현하는 등 경제적 효과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니혼바시는 에도(江戸ㆍ현 도쿄)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의 전국 도로정비 계획에 따라 1603년 건설됐다. 이후 주변은 수로를 이용한 물류ㆍ경제 중심지로 거듭났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모습은 1911년에 완성됐다. 다리 한복판에 일본의 도로원표가 있어 서울로 치면 광화문 한복판에 해당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그러나 1964년 도쿄하계올림픽 개최에 앞서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건설된 수도고속도로가 니혼바시 위의 하늘을 가려버렸다. 고도성장기엔 도시 경관이나 문화재 계승은 우선시되는 가치가 아니었던 탓이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지난달 “니혼바시 위에 있는 고속도로를 땅으로 옮기는 건 도쿄의 가치를 높여주는 상징적 사업”이라며 “국제금융거점에 걸맞은 거리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재개발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치른 뒤 착공하고 공사기간은 10~20년 정도로 전망되고 있다.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거의 70년 만에 니혼바시 위에서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니혼바시 재개발을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 재임 시절인 2005년에도 검토가 이뤄져 2006년 민간 재개발과 함께 수도고속도로의 지하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5,000억엔(약 5조 449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이번에는 비용을 최소화해 3,200억엔의 사업비를 책정했다.

수도고속도로의 니혼바시 구간 지하화와 주변 재개발이 발표되면서 지역 상인과 재계에선 환영했지만 농촌 지역에선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일부 지방 출신 국회의원들은 “지방에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1㎞ 당 수십억엔이면 가능한데, (수도고속도로) 1.2㎞를 지하화하는 데 수천억엔을 들이느냐”라고 비판했다.

또 지하화 구간이 1.2㎞에 불과하지만 니혼바시 주변에는 4개의 지하철노선이 지나고 있으며 송배전망과 통신망, 상하수도, 가스관 등의 인프라 관련 설비도 적지 않아 공사가 복잡해 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니혼바시 재개발 비용 역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니혼바시의 푸른 하늘을 되찾아주기 위한 3,200억엔이 현명한 투자일지 아니면 감상적인 낭비일지는 국제금융거점 조성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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