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2018-09-21(한국일보)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했지만 범행을 뉘우치며 유족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은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합의가 이미 죽은 사람을 달랠 수는 없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40)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 판결로 석방됐던 이씨는 2심 판결로 법정에서 다시 구속됐다. 형이 선고되자 이씨는 “두 아이가 있으니 살펴달라”고 울며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씨는 A씨(사망 당시 46)와 교제하던 지난해 7월 A씨가 다른 남자와 1년 넘게 교제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그치는 과정에서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순간적으로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119에 스스로 신고하고 반성하는 점 △유족과 합의했고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씨가 유족과 합의했다고 해서 사망으로 인한 피해가 회복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무차별적 폭행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결국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라면서 “죽은 사람은 이미 없는데, 그를 놔두고 한 합의가 비참하게 죽은 망자의 원통함과 억울함을 과연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죽은 사람의 원통함과 억울함에 대해선 이씨가 상당한 시간 동안 속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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