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외교 5ㆍ24 해제 검토 발언에 내정간섭 연상 수사… “북미 실무협상 난항 방증” 시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ㆍ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시작된 이후 한국에 유화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해제 검토에 관한 질문을 받고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과 연락을 해봤느냐는 질문에 재차 “그렇다.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 장관 발언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의 동의 없이 제재 완화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특히 ‘승인(approval)’이라는 내정간섭을 연상시키는 강도 높은 표현까지 동원한 건 한국 정부가 제재 완화 기류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매우 중대한 제재들을 유지하고 있다"며 "나는 그것을 해제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우리는 무언가를 얻어야만 한다”고 확실한 비핵화 조치 전까지 제재가 유지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내놓은 건 향후 북미 협상 국면에서 한국의 이탈로 북한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실제로 북한, 중국, 러시아가 지난 9일 모스크바에서 외교 차관급 회담을 갖고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며 제재 완화에 대해 3국 연대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마저 이탈할 경우 대북 협상력에 심각한 손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북중러 3국의 유엔 제재 완화 요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는 비핵화를 뒤따르게 될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그 지점에 빨리 도달할수록 미국은 더 빨리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제재 완화 문제에 대한 한미간 입장 차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한미 공조 균열이 가시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군사합의서에 불만을 제기한 것과 맞물려 한미간 대북 접근의 속도 차가 긴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 같은 간극이 묻힐 수 있지만, 협상이 차질을 빚게 되면 미 조야에서 한국 정부 책임론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그간 남북 대화 때마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비핵화 진전은 보조를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다만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이날 한미간 인식 차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긴밀한 조율을 통한 공조를 강조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한국에 대한 불만 표시와 관련해 “우리는 한국과 거의 매일 대화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많은 것에 대해 함께 얘기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북한에 기울어 있다는 인식이 정부 내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서로 솔직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들은 여러 번 이런 것들을 해쳐 나갈 수 있다”며 “정부 내 모든 레벨에서 정기적으로 조율되고 있으며, 이는 끊임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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