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
원유 지음
21세기 북스 발행·244쪽·1만4,000원

일간지 기자로 초등학생 둘을 키우는 40대 워킹맘. 회사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면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집안일까지, 하루를 일로 시작해 일로 마무리한다. 엉덩이 붙일 새도 없이 움직이다 보면 남편과 아이들이 잠드는 고요한 시간이 찾아온다. 그제야 워킹맘에게도 짧지만 달콤한 휴식이 시작된다.

24시간이 모자라게 바쁜 저자에게 어느 날 은밀한 취향이 생겼다. 그룹 워너원의 멤버 강다니엘이다. 회사 단톡방에서 우연히 그의 이름을 접하게 된 후부터 웃는 모습에 빠졌다. 여러 정보들을 폭풍 수집하고 동영상을 보다 보니, 어느새 강다니엘 ‘덕후’가 돼 있었다.

남몰래 덕질을 즐기던 저자는 세상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마흔 넘어 시작된 은밀한 덕질생활을 책으로 펴냈다. 책엔 강다니엘에 대한 팬심과 덕질하면서 겪은 일화들을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강다니엘의 매력을 꼽자면 셀 수가 없다. 귀엽고 해맑고 배려심 있으면서 고혹미까지…. 열마디 말보다 한 번의 직캠(직접 캠코더로 촬영한 동영상)을 봐야 쉽게 알 수 있다.

아들이 11년 후 강다니엘처럼 ‘해피 바이러스’를 품은 청년으로 자라는 짜릿한 상상을 하면 저절로 하루 스트레스가 풀린다. 아이를 키우는 마음으로 강다니엘에게 애정을 쏟고 그가 스타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위안도 받게 된다. 꿈을 향한 그의 열정을 보며 자신의 청춘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덕질에 빠진 건 강다니엘의 풋풋한 열정이 부러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40대 덕후의 덕질은 순탄치만은 않다. “아예 강다니엘이랑 같이 살아라”라는 남편의 핀잔과 주책 맞은 아줌마로 보는 회사 동료들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 문방구에 갔다가 “엄마가 좋아하는 강다니엘”이라는 아들의 외침에 무안해지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은 저자에게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 생산적인 취미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일상에서 우린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생산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40대에 빠진 덕질은 생산적 활동을 멈추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다. “사는 낙이 생겼고 그걸로 충분하다.” 책은 덕질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우린 하루 한번쯤 머리를 비우고 웃었던 적이 있을까. 오늘 하루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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