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 예쁜 한글 이름을 지어 주세요”에서의 ‘한글 이름’과 “트럼프, 협정문에 적힌 본인 한글 이름 보더니...”에서의 ‘한글 이름’은 같은 뜻이 아니다. 앞의 것은 ‘한국어로 지은 이름’을, 뒤의 것은 ‘한글로 써 놓은 이름’을 뜻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한글’을 “우리나라 고유 문자의 이름”으로 정의했다. 이처럼 ‘한글’을 문자의 이름으로 규정한 국어사전에 따르면, ‘예쁜 한글 이름’은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그러나 ‘한글’을 이런 식으로 쓰는 건 흔한 일이다. “한글 어휘력이 풍부할수록 외국어 단어의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에서부터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듣고 말하고 쓰고 읽었던 한글은 우리의 모어다”까지. ‘한글’과 ‘한국어’, 즉 ‘문자’와 ‘언어’를 구분하라는 가르침이 무색하게, ‘한글’을 ‘한국어’의 뜻으로 쓰는 일이 계속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글’을 문자의 이름으로만 좁게 정의한 게 문제였다. ‘한글’은 ‘대한제국의 글 또는 문자’라는 뜻으로 사용되던 ‘한문(韓文)’의 ‘문(文)’을 ‘글’로 풀어쓴 말이다. 처음부터 ‘한글’은 문자 이상의 뜻을 함의하는 낱말이었던 것이다. ‘한문(韓文)’에 대응할 만한 낱말, ‘영문(英文)’의 정의를 보면 문제가 분명해진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영문’을 “①영어로 쓴 글. ②=영문자”로 정의했다. ‘영문’의 ①번 뜻을 ‘한글’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한글’의 뜻은 ‘한국어로 쓴 글’로 확장되고, ‘한글’과 ‘한국어’의 간극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국어사전의 뜻풀이가 결국 대중의 언어 사용 양상을 수렴한 것이라면, ‘한국어’라 할 맥락에서 스스럼없이 ‘한글’이라 하는 대중의 언어 의식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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