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만든 임산부의 날 포스터

대한민국 정부가 2005년 ‘모자보건법’을 개정해 ‘임산부의 날’(10월10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임신ㆍ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ㆍ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10이란 숫자는 10개월 임신기간에서 따온 것으로 “풍요와 수확을 상징한다”고 한다.

저출산이 ‘문제’로서 진지하게 주목 받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지만, 한국의 인구성장률이 급감한 것은 1970년대였다. 당시 국가는 맬서스 식의 ‘인구 폭발’을 경계, 대대적인 저출산 캠페인과 무료 피임시술 등의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다. 1970년 2.18%(총인구 3,224만 명)이던 인구성장률은 1990년 0.99%(4,700만 명)로 줄었고, 2017년 0.39%(5,144만 명)에 이르렀다. 이제는 저출산 현상이 ‘인구절벽’이란 표현으로 시각화, 국가적 재앙과 거의 동급으로 쓰이고 있다.

인구 관리는 국가 운영의 핵심이다. 국민(인구)은 경제의 주체, 생산과 소비의 주체다. 인구가 줄어 생산ㆍ소비 규모가 줄어들면 경제 규모가 축소되고 국가 세수가 감소하고 재정정책이 취약해지면서 국방ㆍ복지를 비롯한 국가시스템이 총체적으로 허약해진다. 따라서 국가는 적정 인구를 유지해야 하지만 인구성장률은 가장 둔하게 움직이고 오래 영향을 끼치는, 다시 말해 통제하기 어려운 거시지표 중 하나다. ‘출산력’이란 표현 때문에 최근 논란이 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도 그런 맥락에서 1982년부터 3년마다 실시돼왔다. 하지만 저 ‘인구절벽’이 말해주듯 한국의 인구정책은 실패해왔다.

실패 원인은 자명하다. 한국이 마음 편히 아이 낳아 양육하고 그 아이가 성장해 취업하고 결혼해 부모가 되고 은퇴 후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그러리라 기대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출산 주체인 여성에게 저 단계들은, 인식도 관행도 법ㆍ제도와 집행의 현실도 더 가혹하다. 한국은 이민ㆍ난민 정책에서도 극히 폐쇄적이다. 결코 자신은 30년 뒤 60년 뒤 인구절벽의 맨 가장자리에 서지 않으리라 여기는 이들이, 마치 남일처럼 지금 인구정책ㆍ여성정책ㆍ출산율 정책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도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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