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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재규어다운 '맛'을 잊지 않은 시작, 재규어 F-페이스 3.0d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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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재규어다운 '맛'을 잊지 않은 시작, 재규어 F-페이스 3.0d S

입력
2018.10.0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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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가 SUV 라인업을 확장했지만 여전히 재규어의 감성을 살리고 있다.
재규어가 SUV 라인업을 확장했지만 여전히 재규어의 감성을 살리고 있다.

"재규어도 이제 갈 데까지 갔구나"

재규어가 SUV를 개발하고, 생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리 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이었다. 물론 계산적으로는 이해가 되는 선택이었다. 같은 생산 비용이라고 한다면 더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스포츠카 브랜드'를 자처하는 재규어로서 과연 옳은 선택일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미루고 있었던 재규어 F-페이스의 시승에 나섰다. 이번 시승의 주인공은 최고 출력 300마력을 내는 디젤 엔진을 품은 F-페이스 3.0d S(이하 F-페이스 S)로 낙점되었다. 과연 F-페이스 S는 재규어와 SUV라는 상관 관계 속에서 어떤 가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재규어, SUV에 재규어를 옮기다

재규어 F-페이스 S를 보는 순간 머리 속으로 재규어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안 칼럼의 지휘 이후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재규어의 디자인이 F-페이스 S의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트, 전면 범퍼는 물론이고 모든 부분들이 여느 재규어에서 볼 수 있었던 요소들이 가득했다. 이를 통해 SUV라는 낯선 플랫폼 위에서 재규어의 감성을 노골적으로 과시할 수 있게 되었다.

전면의 중심이 되는 프론트 그릴에는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알리는 붉은 배경의 재규어 엠블럼과 S 엠블럼이 자리한다. 독특한 구조의 프론트 그릴과 안개등을 제거한 에어 인테이크를 통해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에어 인테이크 바깥쪽에는 에어 밴트를 통해 타이어 및 브레이크의 냉각에도 신경 쓴 모습이다.

재규어 F-페이스 S의 디자인 중에서 가장 재규어다운 감성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단연 측면의 유려함일 것이다. 보닛에서 윈드실드 그리고 트렁크 게이트로 이어지는 라인을 보고 있자면 고급스럽고 세련된 재규어 고유의 감성이 곧바로 전해진다. 여기에 스포티한 감성을 살린 투톤 알로이 휠과 붉은색 재규어 엠블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가 된다.

후면 디자인 역시 재규어의 감성이 돋보인다. 얇아 보이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F-타입이 떠오르며 듀얼 타입의 머플러 팁이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여기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둘러 SUV의 감성을 강조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소재의 사용이 아쉬운 재규어 F-페이스

재규어 F-페이스의 실내 공간 및 구성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 재규어 고유의 실내 구성을 통해 SUV를 강조하기 보다는 '재규어 본연의 고급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총괄하는 디스플레이 패널도 구성이 약간 허전한 느낌이지만 기능 및 시인성이 좋은 편이며 디지털 계기판을 갖춘 점, 그리고 이들이 모두 자리한 대시보드 및 센터페이사의 구성을 여느 재규어와 같이 다듬은 점도 좋았다.

하지만 아쉬움도 분명 존재했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바로 소재에 있었다. 차량의 가격이나 재규어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고려한다면 조금 더 고급스러운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따. 이와 함께 스티치 및 천공 처리 등 신경을 쓴 티는 느껴지지만 가죽 소재가 저렴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공간의 구성이나 그에 대한 만족감은 준수한 편이다. 약간 단단한 편이지만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F-페이스 S의 시트는 1열이나 2열 탑승자가 만족살 수 있고, 또 착좌 시의 만족감이나 그 자세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게 1열 공간의 경우에는 중형 SUV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과 헤드룸에서도 여유를 갖고 있었다. 이어 2열 공간은 헤드룸은 약간 답답하지만 체격 및 디자인을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간이 마련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서 적재 공간에서도 아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주 넉넉한 수준의 적재 공간이라 말하긴 어렵겠지만 중형 SUV로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으며 4:2:4 비율로 분할 폴딩 기능까지 갖췄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차량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 또한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최초의 도전이지만 랜드로버를 통한 경험은 물론, 타 브랜드의 프리미엄 SUV를 충분히 살펴본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느껴지는 재규어의 향수

재규어 F-페이스 S을 충분히 살펴본 후 본격적인 주행을 준비했다.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니 생각보다 단단히, 그리고 운전자의 몸을 적극적으로 고정시키려는 시트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의 형상과 구조 때문인지 파지가 조금 불편한 것이 거슬렸는데 이점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시트를 맞춘 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어 보니 정말 정숙하게 잘 다듬어진 디젤 엔진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래봐야 디젤 엔진'이라고 격하할 수 있겠지만 정말 디젤 SUV로서는 뛰어난 수준의 정숙성이 돋보여 프리미엄 SUV의 존재감에 힘을 더했다.

300마력과 71.4kg.m에 이르는 두텁고, 풍부한 토크를 발산하는 F-페이스 S의 심장의 힘을 확인하고 싶어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았다. 부드럽고, 그리고 기민하게 회전하는 엔진이 곧바로 출력을 뿜어내며 빠른 속도로 가족했다. 차이가 있다면 안정감에 있다.  사실 F-페이스 S는  제원 상으로도 가속력이 상당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체감되는 속도감은 덜한 편이라 프리미엄 SUV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이와 함께 엑셀레이터 페달에 대한 엔진의 반응도 상당히 날렵한 편이다. 가솔린 엔진 수준의 날렵함에는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디젤 엔진으로서는 정말 최고 수준의 반응감과 반응 속도를 자랑한다. 이를 통해 어느새 SUV가 아닌 일반적인 재규어의 세단, 혹은 잘 다듬어진 디젤 세단을 타는 것 같다는 감상에 빠지게 되었다.

사실 재규어의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좋다는 건 이미 다른 시승에서도 충분히 경험헀던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제법 체격이 큰 차량에서도 그 장점이 잘 드러난다는 점은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기판의 퀄리티와 함께 가속 시에 느껴지는 피드백이 다소 부드러운 편이라 주행의 즐거움이 돋보이는 편은 아니다. 게다가 디젤 차량이라 그런지 사운드 부분에서도 다소 허전했다.

스티어링 휠의 파지감이 다소 불편한 점은 적응의 대상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뒤에 자리한 패들시프트는 적응 이전에 주행 중 '잦은 실수'로 이어질 우려가 컸다. 패들시프트의 크기가 커서 조금만 손을 움직이더라도 자꾸 패들시프트를 치는 바람에 원치 않는 변속이 이러나는 점 역시 아쉬웠다. 물론 주행 옵션 중에 이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지만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좋은 평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재규어 특유의 부드러움을 앞세우고 그 뒤는 경험의 능숙함으로 메꾸는 드라이빙이 이번 F-페이스 S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며 SUV여도 '재규어는 재규어다'라는 것을 확싷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이 다소 무거운 편이라 도심 및 주차 상황에서의 부담이 커지는 부분이 시종일관 거슬리는 부분이다. 정말 처음 다루는 사람이라면 차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거워서 당황할 정도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경박하지 않고 고급스럽고 풍요로운 주행 감성을 과시했다. 일반적인 노면의 자잘한 충격은 모두 능숙히 걸러 내며 탑승자의 편의를 강조해 도심은 물론이고 장거리 주행에서도 충분한 매력을 어필한다.

코너를 달릴 때에도 그 감성을 잃지 않는다.

코너 초입에는 부드럽고 크지 않은 수준의 움직임을 유지해 안정감을 강조하며 주행 템포가 높고, 또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더라도 차량이 조향 반응과 노면의 상태로 인해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건조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규어 고유의 부드러움과 내재된 역동성의 조화를 유지했다.

SUV에서도 지워지지 않은 재규어

재규어 F-페이스 S와의 주행이 이어질 수록 머리 속에서는 F-페이스 S는 SUV라기 보다는 또 하나의 재규어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상고가 높은 SUV지만 재규어 고유의 움직임이나 특성을 잃지 않은 특성의 결과라 생각된다. 그래서 그럴까? 시승이 끝날 무렵에는 여느 브랜드들처럼 SUV를 만들며 '정체성을 잃어 버린 건 아니다'라는 위안거리를 하나 갖게 되었다. 그렇기에 색다르면서도 괜찮은 프리미엄 SUV를 찾는 이라면 F-페이스 S도 좋은 선택이라 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F-페이스 S에 붙은 가격표를 보며 아연실색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한국일보 모클팀 - 이재환 기자(글) / 김학수 기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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