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성공한 직원엔 인센티브 약속... 교보 "민원 가능성, 방침 철회"

생명보험업계 ‘빅(BIG) 3’ 교보생명이 종신 연금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도록 유도하는 영업 방침을 세웠다가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금을 사망할 때까지 받는 대신 일시금으로 받는 가입자가 늘어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급해야 할 연금액이 줄어 이익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연금 수령 형태 변경에 따른 불이익 유무를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7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교보생명의 ‘연금보험 노후생활보장 최적화 서비스 시행안’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8월 자사 고객센터 상담직원의 종신 연금보험 가입자 응대요령 지침을 마련했다. 종신연금 가입자가 연금 수령 시점이 돼 고객센터를 방문할 경우 고객 사정에 맞게 수령 방식을 변경하도록 안내한다는 것이 표면상 이유다. 당초 종신연금에 가입했더라도 필요에 따라 연금 수령 방식을 △일시금 △부분 일시금 △확정기간형 등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고객에게 알린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고객센터 종신 연금보험 가입자 응대요령=그래픽 신동준 기자

그러나 시행안에는 고객센터 직원이 종신연금 가입자로 하여금 수령 방식을 바꾸게 하면 이를 실적으로 인정해 소정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월 2건 이상 변경 실적을 거둔 직원에겐 4만원, 3건 이상일 땐 7만원, 4건 이상엔 9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그런데 건수를 계산할 때 종신연금을 일시금으로 갈아타도록 하면 1건으로 계산하고 부분 일시금을 받으면 0.5건으로 집계하도록 기준을 세웠다. 반면 확정형(일정 기간 동안 수령)으로 바꾸거나 종신형을 유지할 때는 인센티브가 없다. 정황상 고객센터 직원이 가입자의 일시금 수령 전환을 유도하도록 독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보생명이 해당 제도 도입 방침을 세운 것은 회사 손해를 줄이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종신 연금액은 앞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다수의 종신연금 상품을 유지하는 것은 보험사에 손해다. 일시금으로 지급하면 한꺼번에 목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종신연금과 비교할 때 전체 지급 액수는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명보헙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가 이런 영업 방침을 세웠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업이 힘들다는 증거”라며 “보험설계사와 달리 별다른 인센티브 유인이 없는 고객센터 직원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행태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의 손해 절감은 소비자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수령형태 변경에 따른 연금액 변동 등이 제대로 설명됐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걸 알면서도 (수령형태 변경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전 삼성생명도 교보생명과 비슷한 방침을 세웠다가 논란이 됐다. 당시 삼성생명은 고금리 종신 연금상품을 일시금이나 확정형으로 전환하도록 영업전략을 세웠다가 금감원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인센티브 시행이 소비자에게 오해를 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지난달 방침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객의 선택을 돕기 위해 (일시금 등 수령형태 변경을) 권유하는 것이지만 추후 민원이 생길 수 있어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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