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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초과학 지원은 현명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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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초과학 지원은 현명한 투자”

입력
2018.10.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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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과학상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과학자들 8명에게 돌아갔다. 여러 나라에 상이 비교적 고루 돌아갔지만, 한국인 수상자는 이번에도 역시 없었다.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들보다 기초과학 역사가 훨씬 짧은 만큼 우리나라에선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당분간은 나오기 쉽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

이 가운데 노벨상 발표 직전, 국내 기관에서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가 유력한 수상 후보에 이름이 올라 화제가 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재직 중인 로드니 루오프(60) 자연과학부 특훈교수가 미국 정보분석 서비스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옛 톰슨 로이터의 지적재산 및 과학 분야 사업부)’가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연구자로 발표한 17명에 포함된 것이다. 미국인인 루오프 교수는 20년 이상 탄소 소재를 연구해왔다. 차세대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사용한 초고용량 축전기(슈퍼커패시터·Supercapacitor)를 연구하며 선도적인 논문을 발표해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루오프 교수에게 노벨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 데 대한 소감과 함께 최근 4년간 몸 담아온 한국의 연구 환경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최근 해외출장 중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 응한 그는 “기초과학에 대한 한국의 연구 지원은 현명한 투자”라고 평가했다.

로드니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장. UNIST 제공
로드니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장. UNIST 제공
로드니 루오프(가운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가 실험 데이터를 보며 연구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UNIST 제공
로드니 루오프(가운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가 실험 데이터를 보며 연구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UNIST 제공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UNIST가 약 6년 전부터 설득하기 시작했다. 논의를 이어가던 중 5년쯤 전 UNIST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연구단장을 제안했다. 선구적인 성과에 대한 목표가 명확한 UNIST와 근본적인 기초과학을 추구하는 IBS 모두에 끌려 제안에 응했다. 현재 UNIST에 소속돼 있으면서 IBS의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의 목표는 새로운 탄소 물질을 만들어 기본적인 물리화학적, 생물학적 성질을 밝혀내는 것이다. 흑연이나 다이아몬드처럼 이미 존재하는 탄소 물질을 새로운 방법으로 바꾸는 연구도 하고 있다. 성공한다면 우리가 만든 흑연이 지금의 흑연보다 훨씬 나은 성질을 가질 것이고, 다이아몬드를 누구도 만들지 못했던 섬유 형태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슈퍼커패시터는 어떻게 쓰일 수 있나.

“슈퍼커패시터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로, 배터리처럼 충전되고 화석연료 없는 전기버스 등 특정 용도에 필요한 전류를 공급할 수 있다. 배터리 없이 작동하는 손전등, 기차나 자동차의 회생제동(차량의 운동에너지로 발전기를 돌려 제동을 하고, 이때 발생한 전기에너지는 저장해 재사용하는 설비) 같은 다양한 장치에도 사용될 수 있다. 열로 사라지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수백~수백만회 반복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의 연구 환경을 평가한다면.

“한국 정부가 IBS 연구단에 10년 이상 매년 약 100억원 규모의 연구 지원을 약속했다. 덕분에 우리는 특수한 자체 연구 시스템을 만들고, 방문 과학자를 초대해 밀도 높은 정보 교환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이처럼 계속해서 기초과학 연구를 강조해야 한다. 기초과학이 장기적으로 사회 발전에 큰 공헌을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울러 연구 환경을 역동적으로 만들고 연구자를 강력하게 육성해야 한다. 과학에 대한 지원은 선진국에선 여전히 최우선 목표 중 하나다.”

-한국 과학계에 제안을 한다면.

“한국과 관련된 새로운 상을 만들면 어떨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노벨상과 스웨덴을 연관 지어 생각한다. 세계 어느 과학자든 선정될 수 있는 큰 상이 생긴다면 세계인들의 마음 속에는 굳이 노벨상이 아니어도 한국과 과학이 단단히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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