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 생생과학] 인공광원 UV-C LED

햇볕이 좋은 날이면 이불 등을 베란다에 널어 말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일광소독(日光消毒)이다. 햇빛 속의 특정 파장(Wavelengthㆍ파동의 최고조에서 다음 최고조까지 거리)은 일부 세균과 반응해 사멸시키는 효과가 있다. 우리뿐 아니라 해외 어느 곳을 가도 일광 소독은 오래 전부터 널리 쓰이는 소독법이다.

일광소독에 효과가 있는 빛은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이다. 파장이 100나노미터(㎚ㆍ10억 분의 1m)부터 400㎚인 자외선(UV)은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크지만 대부분 성층권의 오존층에 흡수돼 지표면에 도달하는 것은 일부에 그친다.

100여 년 전 수은램프를 개발한 인류는 인공적으로 UV와 같은 파장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수은 배출량을 줄이려는 미나마타조약(2013년 10월)이 발효되며 수은이 퇴출됐고, 이후 UV 발광다이오드(LED)가 대체재로 부상했다.

방수처리한 UV-C LED로 저수조 살균 시연을 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UV 중에서도 살균 효과는 UV-C

빛을 파장에 따라 나누면 가시광선 바로 옆이 UV 영역이다. UV보다 파장이 더 짧은 X-선이나 감마선과 마찬가지로 UV도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뇌가 영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수준보다 파장이 짧고 주파수(파동의 1초 동안 진동횟수)가 높기 때문이다.

UV는 1801년 독일 화학자 요한 빌헬름 리터가 감광작용(빛이 화학적 변화를 일으킴)을 통해 처음 발견했다. UV가 가진 살균력이 처음 확인된 것은 1878년이다. 미국의 전기기술자 피터 쿠퍼 휴잇이 1901년 파장을 조절할 수 있는 수은램프를 개발하면서 인간은 UV를 흉내 낼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UV라고 통칭하지만 과학자들은 UV를 파장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한다. 비교적 긴 315~400㎚의 파장은 UV-A로, 오존층에 흡수되지 않아 일상에서 햇빛을 통해 접하는 UV다. 바닷가에서 햇볕을 오래 쬐면 피부가 벌겋게 그을리는 건 주로 UV-A의 영향이다.

중파장(280~315㎚)은 UV-B로 부른다. UV-B는 약 95%가 오존층에 흡수되지만 일부가 지표면에 도달해 사람에게 화상과 피부암을 유발한다.

오존층에 완전히 흡수되는 200~280㎚ 파장은 UV-C, 진공 상태에서만 확인이 가능한 100~200㎚ 파장은 진공(Vacuum) UV로 구분한다. 이 중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UV-C가 효과적으로 바이러스와 세균을 없애는 작용을 한다.

UV-C의 살균 효과는 SF영화에 나오는 레이저 광선처럼 순식간에 세균을 싹 사라지게 만드는 게 아니다.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 UV-C를 쪼이면 세균의 유전자(DNA)를 구성하는 네 개의 염기(아데닌ㆍ시토신ㆍ구아닌ㆍ티민) 중 티민이 결합한 부분이 서로 붙어버린다. 세균은 바로 죽지 않고 계속 살아 있어도 DNA에 변형이 일어나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은 세포 증식이 불가능해져 서서히 사멸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전자기파는 파장이 짧을수록(즉 주파수가 높을수록) 직진성이 강하고 에너지가 높다. UV-C는 세균의 DNA를 뒤흔들어 버릴 정도의 에너지를 지녔다.

◇LED로 현실에서 구현한 UV-C

LED는 화합물 종류와 설계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파장의 빛을 낼 수 있는 반도체다. 태양이 내뿜는 것처럼 200~280㎚의 UV-C의 단파장을 재현할 수 있는 것은 LED의 이 같은 특성 덕분이다. 다만 원하는 파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화합물과 설계 방법은 UV-C LED를 만드는 기업의 중요한 영업비밀이라 외부로 노출하지 않는다.

태양광 이외에 UV를 방출할 수 있는 인공광원으로 수은램프가 있었지만, 친환경성은 물론 내구성과 수명, 사용 편의성 등에서 UV-C LED를 따라올 수 없다.

UV-C LED는 1㎝ 이하로 작게 만들 수도 있어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수은램프는 전구나 튜브 타입이라 아무리 작게 만들어도 크기가 10㎝ 정도는 된다. 또 LED는 순수하게 UV로만 살균해 화학 살균제로 인한 2차 피해 걱정이 없다. 수은램프의 경우 강한 외부 충격에 깨지면 수은 유출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빛을 빠르고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도 LED의 장점이다. LED는 살균 기능을 작동하는 즉시 최대 성능으로 UV-C를 방출하지만, 수은램프는 2분 정도 예열이 필요하다.

광출력은 UV-C LED의 과제였다. 불과 2년 전까지 UV-C LED는 칫솔 등 작은 물건을 소독하는 용도로만 사용됐다. 광출력이 낮아 살균 면적이나 속도에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LG이노텍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광출력 100㎽ UV-C LED는 핀셋으로 집어야 할 정도로 작다. LG이노텍 제공

지난해 11월 LG이노텍이 업계의 예상보다 2년 빨리 광출력 100밀리와트(㎽) UV-C LE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변화가 거세졌다. 100㎽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살모넬라균을 3.4초 만에 99.9% 없앨 수 있고, 흐르는 물이나 공기까지 살균할 수 있다. UV-C를 활용한 소독은 친환경적이라 수 처리에 특히 적합하다.

LG이노텍은 올해 안에 광출력 150㎽급 UV-C LED를 개발하고, 내년에는 광출력을 200㎽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광출력이 150~200㎽에 도달하면 대용량 상하수 처리도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커지는 UV-C LED 시장

UV-LED는 이미 현대인의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에는 2~10㎽ 광출력의 UV-C LED가 들어간다. 지난해 LG전자가 출시한 직수형 정수기 ‘퓨리케어 슬림 업다운’에는 LG이노텍의 코크 살균용 UV-C LED가 장착됐다. 코크에 UV-C LED를 5분간 쬐면 세균이 99.98% 제거된다. 정수기 물이 나오는 코크는 내부가 좁아 살균이 어려웠지만 UV-C LED가 이를 손쉽게 해결했다.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살균용 모듈, 가정용 뷰티기기와 의류 청정기에도 UV-C LED가 적용되고 있다. 피부에 직접 닿지 않고 살균을 하는 UV-C의 특징은 다양한 용도의 뷰티기기를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시장조사업체들은 글로벌 UV LED 시장 규모가 2016년 1억5,190만 달러에서 오는 2021년 11억1,780만 달러로 7배 이상 커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동현 서울대 식품ㆍ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효과적인 살균 시스템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사회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 UV-C LED 산업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UV-C LED를 활용한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살균 모듈. LG이노텍 제공

UV-C LED를 엄청나게 많이 결합해 극단적으로 광출력을 높인다면 이론적으로는 세균보다 진화한 조류(藻類)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녹조로 물든 강이나 호수를 UV-C LED로 정화하지 않는 것은 녹조를 잡기 위해 물속의 다른 생명체까지 없애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이 UV-C LED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사용처를 고민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생명체에 미치는 UV-C LED의 영향이 크기에 제조사들은 안전설계에 특히 심혈을 기울인다. LG이노텍 측은 “빛이 투과되지 않는 케이스로 LED를 완전히 감싸고, 케이스가 열리거나 혹시 모를 이상이 생겼을 경우에는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돼 작동이 안 되도록 설계한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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