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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 피하지 말고 혁신으로 가치 창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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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 피하지 말고 혁신으로 가치 창출해야

입력
2018.10.09 17:55
수정
2018.10.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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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정의부터 모호했다. 알 듯 말 듯 결국 명확한 실체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화두로만 바라보면서 지난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다가올 변화의 크기에 대해서는 막연한 공포감이 있기에 기업도 정부도 공부나 계획수립 등 나름의 대비를 조금씩 해오기는 했지만, 아직도 본격적인 변화는 시작되지 못했다. 그러나 변화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지만 지금의 변화를 관통하는 골격은 디지털(digital), 연결성(connectivity), 분석(analytics) 정도로 요약된다. 풀어본다면 디지털은 컴퓨터가 처리한다는 의미다. 버스정류장의 전광판부터 공장의 기계뿐 아니라 손안의 휴대폰까지도 이미 컴퓨터이고 그 안에서 처리되는 모든 것이 디지털이다. 연결성은 이 무수히 많은 컴퓨터들이 하나로 연결돼 거대한 네트워크가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재가공된 데이터가 다시 확대·재생산되면서 가치를 증가시킨다. 분석은 단순한 매출집계 정도를 넘어서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까지를 포함한다. 과거와 현재를 모니터링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모든 것이 분석이다. 이 세 가지는 독립적이라기보다는 융합적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여기까지는 많이들 이해하고 있고 지엽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준비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챗봇을 도입하고, 센서데이터를 분석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작업들이 진행된다. 투자도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몸통의 변화보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늉만 하는 것으로는 별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고, 이는 우리도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그렇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짚어보자.

◆ 기술에 대한 태도를 변경하라

기술은 더 이상 보조수단이 아니라 경쟁과 사업의 핵심이다. 전산실에서 실적을 집계해 경영진에 보고하는 정도의 비중이 아니다. 지금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기술 활용은 탄탄한 기반구조 위에서 혁신으로 꽃피울 수 있다. 그 때문에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모든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아마존은 창사 이래 지금껏 기술을 사업의 핵심에 두고 있다. 기술이 시장을 창출하고 고객을 유인한 것이며, 이제는 그 과정에서 부산물처럼 얻어진 클라우드, 즉 기술 그 자체가 가장 수익성 있는 사업분야가 됐다. 몇 달에 걸쳐 머신러닝을 활용한 정밀한 분석결과를 만들어봐야 경영진 보고용 슬라이드에 차트 하나 포함시키고 마는 식의 태도로는 기술로부터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

◆ 빠르고 민첩한 조직으로 변화시켜라

기술이 중심이 되는 시대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직 구조와 문화가 필수적이다.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조직에서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대응이나 선도는 불가능하다. 층층의 관리로 인한 오버헤드를 줄여야 한다. 더 빠르고 민첩해져야 한다. 속도가 아니면 모든 결과물이 무의미한 시대가 됐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기존 가정을 넘어서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다고 방향성 없는 맹목적인 시도를 허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더 멀리 보면서 지금을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움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할 때 시대가 제공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일례로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을 보면 변경사항이 바로 반영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실적의 끝자리 숫자 하나를 맞추기 위해 몇 시간을 보내는 것을 당연시하던 과거 조직들의 사고방식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페이스북이 알면서도 이를 허용하는 이유는 더 많은 처리를 하기 위해 희생해도 되는 지엽적인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대와 고객이 요구하는 새로운 질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그것을 채용하는 조직만이 살아남는다.

◆ 경영진 스스로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

경영진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신기술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기 이전에 경영진 자신이 신기술을 배워야 한다. 최근에 데이터 사이언스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신용카드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CEO 자신부터 파이썬과 머신러닝을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 아니라면 아무도 그가 주창하는 변화에 공감하고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경영진 스스로가 변화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주도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변화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등처럼 스스로가 기술을 주도해온 이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잘 몰라도 지시만하면 알아서 결과가 만들어지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된다.

핵심을 변화시켜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도전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실험이나 연습, 포장 정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신기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가치로 만들어낼 것을 찾아야 한다. 외부 전문가를 불러다 피 흘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블루오션의 목록을 물어볼 상황이 아니다. 누구나 레드오션으로 알고 있는 핵심 시장에서 혁신으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호주의 종업원 5만명 규모 광산업체인 리오틴토(Rio Tinto)는 채굴 지점을 정확하게 선정하기 위해 머신러닝을 활용한다. 정확성이 바로 수익으로 직결되는 채광산업에서 지리정보를 종합 활용한 과학적 광물탐색은 큰 효과를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신기한 무엇이라기보다는 본업의 핵심을 기술로 변화시킨 사례다.

구글트렌드의 검색통계를 보면 오직 대한민국 사람들만 영문으로 ‘4th industrial revolution’을 검색하고 있다. ‘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이 지금의 변화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이미 자리 잡았음에도 우리만은 여전히 정부와 미디어, 그리고 학계와 기업들 공히 모호한 4차 산업혁명을 탐구하고 있다. 마치 외딴 섬에 갇힌 듯 보인다. 물론 용어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작동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전세계적인 논의와 경험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보면 심각한 넌센스라고밖에 할 수 없다. 흉내내기나 발 담그기가 아니라 가치로 연결되는 진정한 변화를, 핵심의 변화를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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