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너] 박소령 퍼블리 대표

짧은 기획서와 목차만 공개된 디지털 리포트 하나로 1,000만원을 모은 회사가 있다. 두툼한 책, 깊이 있는 신문조차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시장 속에서 온라인 리포트만으로 구독자를 끌어 모은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판매하는 회사, ‘퍼블리’(PUBLY)가 그 주인공이다. 소비자들의 ‘지적 수요 충족’라는 목표 하나로 콘텐츠를 만들어 파는 퍼블리의 비결은 뭘까. 박소령 퍼블리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퍼블리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저는 퍼블리를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이라고 소개해요.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지식 정보 콘텐츠를 제작 발행하고 큐레이션하는 저희의 비즈니스를 말하죠.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비즈니스 업계 사람들이 만드는 콘텐츠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독자, 저자 그리고 퍼블리 사이의 연결을 표현한 말이예요. 이 셋이 연결되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콘텐츠 플랫폼이라고 퍼블리를 소개하고 있어요.

박소령 퍼블리 대표[저작권 한국일보]

Q.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 중에 ‘지식 정보 콘텐츠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타겟팅하고 있는 2545 밀레니얼 세대는 대학 교육 이후 사회 생활 속에서 분명한 지적 갈증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학습해야 하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고 누군가와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 지식 근로자들이죠. 기술, 문화, 비즈니스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이들 세대에겐 그에 맞는 지적 수요가 충족되어야 하죠. 저희는 그 속에서 2545 세대의 지적 만족감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죠.

Q 기존 미디어 산업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요?

원래 전통적으로는 기존의 언론이나 출판이 그 역할을 하는 게 맞죠. 하지만 저는 언론이나 출판 산업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신문이나 잡지, TV 등 기존 미디어 산업의 매출 수입원은 점점 더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 후원, 광고 이윤이 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사실 소비자의 수요를 신경쓰기 보다는 나에게 매출을 일으켜주는 광고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콘텐츠 산업 환경 속에서 소비자의 지적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고 그렇게 만든 것이 퍼블리예요.

Q. 퍼블리는 어떤 콘텐츠를 만드나요?

퍼블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3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하는 퍼블리의 오리지널 콘텐츠죠. 세상에 없던 주제를 가지고 저자와 함께 공동 기획을 한 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독자의 수요를 확인하고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제작 발행되는 모델이예요.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칸 국제 광고제를 가다>가 대표적인 콘텐츠죠.

두 번째 모델은 큐레이션 콘텐츠예요. 굉장히 좋은 신문, 잡지, 출판 콘텐츠들이 이미 세상에 충분히 있어요. 그런 콘텐츠들 중 적절한 상품화가 되지 못해서 필요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묻혀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런 콘텐츠들을 다시 재가공하고 큐레이션해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모델을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시작한 맴버십 모델은 매달 구독료를 내고 지금까지 퍼블리에서 제작 발행한 콘텐츠와 앞으로 발행할 콘텐츠를 모두 볼 수 있는 모델이죠.

퍼블리가 제작 발행한 콘텐츠 ‘2016 칸 국제광고제를 가다’ [저작권 한국일보]

Q. 퍼블리의 콘텐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2016년 여름에 칸 국제 광고제에서 오갔던 수많은 발표, 워크숍, 강연을 총 망라해서 만든 ‘2016 칸 국제광고제를 가다’라는 콘텐츠가 있어요. 그게 처음으로 저희가 크라우드 펀딩 모금액으로만 1000만원을 넘긴 프로젝트였거든요. 사실 선 지급 디지털 콘텐츠로 1000만원을 모았다는 것은 저희에겐 상징성이 큰 일이었어요. 이 시장에서 누가 소비자이고, 그들에게 어떤 주제가 인기 있는지 이런 수요와 구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던 거죠.

Q. 콘텐츠의 가치를 돈으로만 판단한다는 비판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 퍼블리에 대해서 간혹 그렇게 질문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돈 되는 콘텐츠만 만들겠다는 건가요?’라고 질문하시는 경우들이 있는데, 저희가 생각하기에 ‘좋은 콘텐츠’와 ‘돈 되는 콘텐츠’의 교집합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콘텐츠가 돈이 안될 수도 있고 돈 되는 콘텐츠가 좋지 않을 수 있죠. 퍼블리는 ‘좋은 콘텐츠가 돈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을 잘하는 게 저희의 비즈니스라고 생각해요.

Q. 유튜브를 필두로 하는 비디오 콘텐츠 시장의 성장 속에서 텍스트 콘텐츠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텍스트 콘텐츠가 모든 콘텐츠의 씨앗이라고 생각해요. 텍스트 콘텐츠가 단단하면 영상, 오디오, 이미지 등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죠. 신문이나 출판 시장처럼 읽는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시장은 여전히 매우 큰 시장이거든요. 가까이 있는 일본이나 중국, 미국, 유럽만 가도 소비자가 텍스트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구독 형태의 지식 정보 서비스 업체들이 요즘 정말 많이 생기고 있어요. 그 시대의 물결이 한국도 곧 올거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 물결에서 퍼블리가 가장 앞선 선두주자가 되고 싶어요.

박소령 퍼블리 대표[저작권 한국일보]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박기백 인턴PD 2013ssh3y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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