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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엔군사령부

입력
2018.10.02 18:14
수정
2018.10.03 10:4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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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이 공휴일이던 때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목적으로 탄생한 유엔의 창설기념일인데, ‘국제연합일’(유엔데이) ‘유엔의 날’로 불렸다. 이승만 정부는 1950년 한국전쟁 기간에 국제연합군이 참전한 것을 기리는 뜻에서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 76년 유엔이 북한의 산하 기구 가입을 허용하자 박정희 정부가 항의의 뜻으로 공휴일에서 제외하고 대신 10월 1일 국군의 날을 공휴일에 포함시켰다. 지금도 유엔의 날은 법정기념일이다.

▦ 유엔은 한국전쟁에 의료지원국을 포함, 21개국 장병을 파병하면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었다. 전쟁 도중 안보리 결의로 설치한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참전 유엔군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했고, 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가 됐다. 유엔사는 당초 일본 도쿄에 있다가 전쟁 후인 57년 서울로 이전했다. 유엔사 이전 뒤에도 주한미군은 유엔 후방사령부를 도쿄에 남기는 방식으로 일본 주둔의 근거를 마련했다. 지금도 도쿄 인근의 요코스카 해군기지, 오키나와의 후텐마ㆍ가네다 공군기지 등 7개 후방 기지가 한반도 유사시 증원ㆍ전개 임무를 맡고 있다.

▦ 한국전 당시부터 미국이 연합군을 주도했던 터라 주한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고 있다. 유엔사가 주한미군의 통제 아래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쟁 도중 유엔사는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넘겨받았으나 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에 작전권을 넘기고 지금은 정전협정 관련 업무만 맡고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나 비무장지대(DMZ)의 작전ㆍ운영이 모두 유엔사 소관이다. 유엔사는 올해 6월 주한미군과 함께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전했다.

▦ 유엔사가 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등 남북 군사합의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엔사의 역할 논란이 불거졌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사가 판문점선언 이행을 방해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7월 유엔사 부사령관에 캐나다 출신 장성이 취임하면서 변화의 일단이 감지되기도 했다. 미7공군 사령관이 겸임하던 자리에 제3국 장성이 보임된 것은 처음으로 유엔사가 주한미군으로부터 독립된 운영을 시작했다는 의미에서다. 남북미 공히 종전선언이 유엔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지만 평화협정까지 진전되면 유엔사의 운명을 점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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