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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전거 헬멧 착용의무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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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전거 헬멧 착용의무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입력
2018.10.01 04: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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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모(헬멧) 착용과 자동차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으나 시민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정부의 홍보부족으로 이 같은 법이 시행된 줄도 모르는 시민들도 태반이었다. 법답지 않는 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의 경우 자전거를 이용하는 실태와 크게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일부 자전거 동호회 등에서는 “헬멧 의무화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어 자전거 이용률이 급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헬멧 없이 자전거를 타면 불법이지만, 이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훈시규정에 불과하다. 국민을 아직도 가르침과 지시의 대상으로 보는 것도 문제지만, 유명무실한 법을 만들어놓고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한 두 정류장의 거리를 가기 위해 헬맷을 구입하거나 남들이 쓰던 것을 착용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헬멧규정은 전기자전거 활성화 문제에서 비롯됐다. 원동기장치로 분류되어있던 전기자전거에 대한 규제를 푸는 과정에서 안전문제가 지적되자 일반자전거까지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것이다. 이후 개정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전모 착용 의무’를 ‘안전모 착용노력 의무’로 변경하는 법 개정안을 내는 등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조항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택시의 경우 승객들이 일일이 안전띠를 매는 것도 기대하기가 어렵고,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안전띠를 착용하라’고 권고만 하면 착용여부에 관계없이 양측 다 처벌을 면한다. 또 6세 미만의 영유아의 경우 부모가 택시를 탈 때마다 카시트를 들고 다녀야 범칙금을 물지 않는다.

현실성이 결여된 법이 집행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경찰청도 당분간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행이 어려운 법규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항은 개선과 보완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카시트 보급률을 늘린다거나 자전거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전용도로를 확보하는 등의 인프라 구축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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