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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방적 비핵화 없다”는 북한, 미국과 함께 유연성 발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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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방적 비핵화 없다”는 북한, 미국과 함께 유연성 발휘해야

입력
2018.10.01 04: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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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일방적으로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 종전선언을 포함한 신뢰구축 조치 및 대북제재 완화를 비핵화의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두고 유리한 협상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기선잡기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리 외무상의 연설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비핵화 협상 국면과 어울리지 않게 강경한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는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불과하다”고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방침도 정면으로 겨냥했다. 하지만 북한을 공식 대표하는 외무상의 입장과 전세계에 공개되는 유엔총회 연설이라는 상황을 감안할 때 기존 입장의 반복 이외에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리 외무상이 연설 내내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미국의 신뢰를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도리어 미국의 양보를 견인하기 위한 압박용 성격이 강해 보인다.

리 외무상의 강경 입장과 달리 물밑 협상 흐름은 순조롭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특정 시설들, 특정 무기 시스템들에 대해 대화를 나눠왔다”고 밝혀 영변 핵시설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폐기 문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이 더 많이 해체할 것을 여러분이 곧 알게 될 것”이라면서 뉴욕 및 빈 채널을 통한 실무협상의 급진전 가능성도 내비쳤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리 외무상과 회동 직후 “매우 긍정적 만남이었다”고 평가한 점까지 감안하면, 신뢰구축과 비핵화 원칙만 합의한 싱가포르 회담 때와 달리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진전된 비핵화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건은 역시 비핵화 실행조치와 종전선언을 포함한 상응조치의 순차적 배열 문제다. 어렵사리 재개된 협상 국면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선후를 둘러싼 기싸움이 협상 장기화의 옆길로 빠지지 않도록 북미 양측은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공조와 상충되지 않는 범위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제제면제를 인정하고 정치적 차원에서 종전을 선언한다면 보다 진전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도 ‘살라미’ 방식의 비핵화 조치가 미국 내 회의론만 강화시켜 도리어 트럼프 행정부를 고립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과감한 양보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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