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시집 ‘눈만 봐도 다 알아’의 첫 장에 수록된 시다. 바로 다음 장에 이어지는 ‘준비물 2’는 이렇게 시작한다. “스크루 드라이버 사라고 준 돈으로 당구장에 가서 큐를 잡았다./롱 노우즈 플라이어 사라고 준 돈으로 당구장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발광 다이오드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서 반짝거렸다” 역시 예상대로다.

동시집이 어린이 독자를 1차 독자로 하는 시집이듯 청소년시집은 청소년을 독자로 하는 시집이다. 청소년소설이 최근 20년간 폭발적으로 창작된 데 반해 청소년시집은 아직 독자에게 잘 알려지거나 활발하게 창작되는 장르는 아니다. 박성우의 청소년시집 ‘난 빨강’(창비, 2010)이 베스트셀러로는 거의 유일하다.

청소년은 학교에서 어른의 시를 배우는데 그냥 시를 읽으면 되지, 청소년시가 따로 있어야 하냐는 의견이 간혹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면 동시는 왜 있어야 하나?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 그리 다른가? 청소년소설은 왜 그리 많이 창작되고 읽혔나? 청소년의 현실은 소설이란 장르로 재구성될 만하지만 시란 장르에서는 그러하지 않나? 시는 그저 알 듯 모를 듯 읽기만 하면 그만인, 개인적인 장르여서? 청소년은 어른의 문학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은, 읽을거리가 변변치 않던 그 옛날 문학청년 시절, 뜻 모를 명작과 고전으로 문학을 접하던 ‘옛날 작가’들의 허세 어린 추억에서 연유하지 않았을까? 청소년이란 어떤 존재이며, 그들에게 전할 수 있는 시집 한 권은 어떤 모습일까?

이 청소년시집의 화자는 특성화고에 다니는 학생인데 소위 ‘문제아’다. 엄마에게 거짓말로 타낸 돈으로 당구장에 가고, 클럽에 간다. 20%의 확률이라도 건지자고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 답안을 한 번호로 적어낸다. 자퇴를 한다. 뾰족한 수가 없자 일 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그냥 이렇게 죽고 싶다”는, “내 꿈은 그냥그냥 고양이”라 말하는 청소년. 바로 여기, 우리 사회의 청소년이 있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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