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1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국립공원관리공단 사무실에 출동한 경찰이 되돌아 가고 있다. 고은경기자

“위원장이 이곳에 감금되어 계십니다. 안에서 문을 안 열고 있고, 신안군 관계자들이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19일 흑산공항 건설 여부를 결정할 국립공원위원회가 열린 서울 공덕동 국립공원관리공단 회의장 옆 방. 회의가 열린 지 5시간이 넘은 오후 7시40분쯤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더니 경찰 2명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5분간 정회를 하던 중 박우량 신안군수가 위원장인 박천규 환경부 차관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회의장 옆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회의는 1시간 넘게 진행되지 못했다. 경찰이 돌아간 후 박 군수는 이번엔 기자실로 들어와 언성을 높이며 흑산공항 건설의 정당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는 9시 15분쯤에야 겨우 재개됐지만 위원들은 심의안건은 아예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전날 사업자인 서울지방항공청이 요청한 심의안건 연기 여부를 두고 실랑이만 벌이다 결국 오후 11시40분쯤 정회됐다. 사실상 심의가 또 연기된 것이다. 2016년 11월, 올해 7월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위원도 아닌 박 군수가 위원회에 들어와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심지어 문을 걸어 잠근 채 1시간 넘게 단독 면담을 한 것은 명백한 절차 위반이다. 그들로선 그만큼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런 지역 주민의 소망이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는 것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위원장인 박 차관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민간위원들은 이날 심의연기와 건설심의 안건에 대해 모두 표결로 가자고 주장했지만 위원장은 이마저도 결정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격렬히 반대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만 보며 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한 셈이다. 환경부는 이날 결정이 연기도 부결도 아닌 정회임을 강조하며 10월 5일 이전에 속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시 열리는 위원회에서도 서울지방항공청의 심의안건 연기 여부에 대해서부터 다시 논의해야 되기 때문에 흑산공항 건설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낼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환경파괴냐 개발이냐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흑산공항 만이 아니다. 원칙과 절차를 지키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떼를 쓰면 얼마든 심의를 미룰 수 있고, 또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길 바란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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