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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도 방송은 ‘온에어’, 이면엔 착취 먹이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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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도 방송은 ‘온에어’, 이면엔 착취 먹이사슬

입력
2018.09.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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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드라마 촬영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故) 박환성, 김광일 PD는 지난해 7월 14일 다큐멘터리 제작차 방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두 PD는 빠듯한 제작비 탓에 운전기사를 고용하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촬영을 한 뒤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방송사가 제작비 절감의 부담을 외주 제작사에 떠넘긴 것이 비극의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 이한빛 PD는 외주제작사 직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2016년 10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송업계에 이 같은 비극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방송사→외주제작사→근로자’로 이어지는 착취의 먹이사슬이 자리하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외주제작사가 생산한 컨텐츠에 대해 외주제작사의 저작권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등 제작 단가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월간 노동리뷰 9월호에 실린 ‘방송산업 내 불공정거래 관행과 고용실태’에 따르면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방송 스태프의 근로 여건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보고서는 “방송스태프들은 노동시장 진입 경로에서부터 인맥 중심의 네트워크를 통해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자리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방송사와, 방송사 소속 PD와의 관계가 중요해 무리한 일정이나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상파나 종편에 소속된 방송스태프들이 정해진 근로시간과 연차ㆍ휴일과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비해 외주 독립제작사의 방송스태프들은 실무 능력에 있어 뒤처지지 않음에도 밤샘ㆍ휴일근무ㆍ추가 촬영 등 장시간 근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적정한 보수를 받지 못해 생계형 프리랜서로 전향해 ‘투잡’ ‘쓰리잡’을 뛰면서 일자리 주변부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방송산업 종사자들은 근로자성이 부인되는 경우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보험 복지 수혜로부터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하며, 근로자성이 인정된다 해도 낮은 임금수준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4대보험 가입 제외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제공
한국노동연구원 제공

방송스태프, 특히 외주제작사 소속 스태프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는 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불공정 거래 관행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현재 외주제작의 원ㆍ하청 구조는 소수의 정규직 근로자와 나머지 비정규직 또는 특수고용 형태의 프리랜서로 근로자들이 관계망을 매개로 일상생활의 사회적 자원을 동원해 낮은 제작 단가를 보충하며 방송상품을 제작 후 납품하는 형태를 띤다”면서 “그러나 납품 후에는 저작권을 포함한 프로그램과 관련한 권리 대부분이 방송사로 이전되면서 이윤 분배가 방송사 내에 한 해 이뤄지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런 분배의 왜곡은 통계로 나타난다. 2015년 기준으로 지상파방송은 종사자 1인당 평균 연간 매출액이 2억8,600만원, 유선방송과 위성방송은 각각 4억8,800만원, 16억1,700만원에 달했으나 독립제작사는 1억5,700만원에 그쳤다. 독립 제작사는 근로자 수 1~4인인 곳이 전체 사업체의 30.6%, 5~9인이 25.0%를 차지하는 등 소규모 영세 사업체가 대다수다.

보고서를 쓴 김유빈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외주제작사의 저작권 획득이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실정”이라며 “외주제작사와 제작스태프의 노동환경 개선에 있어 제작비 현실화가 선결되어야 함을 고려할 때, 외주제작사의 영상저작물 인정 및 이용 권리가 보다 명확히 설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외주제작사의 저작권이 설정될 경우 2차 판권 판매 및 투자유치 등을 통해 제작비가 추가적으로 충당될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원ㆍ하청 지배구조하의 불공정거래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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