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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의 축구화]왜 벤투를 특별하게 ‘포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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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의 축구화]왜 벤투를 특별하게 ‘포장’하나

입력
2018.09.17 04:40
수정
2018.09.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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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49ㆍ포르투갈)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온 4명의 코치가 경기 일산에 있는 아파트를 거처로 구했다는 소식이 화제다.

사실 아파트를 먼저 제안한 쪽은 대한축구협회다. 벤투 감독, 코치들의 가족까지 한국으로 이주할 예정이라 연봉, 주거비용을 다 부담해야 하는 축구협회는 호텔보다 상대적으로 싼 아파트(거주 형태는 반전세)를 제안했다. 벤투 감독은 자녀가 장성해 아내만 오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린 코치들은 아내, 자녀가 다 같이 이사 온다. 온 가족이 머물기에는 호텔보다 아파트가 낫다는 판단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서울 시내 비싼 아파트 대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가까운 일산을 골랐다. 지금까지 한국을 거쳐 간 외국인 감독들이 서울 시내 일급 호텔에 묵었던 것과 비교하면 소탈하고 실리적으로 보이지만 이게 그렇게 유별난 일인가 싶기도 하다.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 감독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지시하는 모습. 파주=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 감독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지시하는 모습. 파주=연합뉴스

벤투 감독은 9월 첫 소집 때 훈련ㆍ미팅 등 시간 엄수, 복장 통일, 식사 시간이나 팀 미팅 때 휴대폰 사용 금지 등 3가지를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이끈 거스 히딩크(72ㆍ네덜란드) 감독은 한국에 온 뒤 식사를 모두 함께 시작해 함께 끝내도록 했다. 테이블에 선후배가 고루 섞여 앉도록 했고 식사시간 중 일절 사적인 전화도 못 받게 했다. 반면 선수 프라이버시는 존중해 소집 기간이 아닐 때 일은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홍명보(49) 감독은 올림픽대표 사령탑 시절 복장 통일은 물론이고 티셔츠를 바지 안에 넣는 것까지 관여했다. ‘식사 군기’도 히딩크 감독 때와 비슷했다. 홍 감독은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뒤 파주 NFC에 소집될 때 선수들에게 기존의 청바지나 티셔츠 차림 대신 넥타이까지 맨 양복을 입으라고 요구했다. 또 그 전에 차를 타고 정문을 통과해 NFC 앞 숙소까지 오던 관례를 깨고 정문 앞에서 걸어 들어오게 했다.

2013년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고 첫 소집 때 정장을 입고 파주 NFC에 입소하는 선수들. 파주=연합뉴스
2013년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고 첫 소집 때 정장을 입고 파주 NFC에 입소하는 선수들. 파주=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64ㆍ독일) 감독은 운동장에서는 철저히 자신의 지시에 따르도록 했지만 생활은 비교적 자유롭게 풀어줬다. 아침식사는 선수들이 원하는 시간에 먹도록 했다. ‘훈련 때는 원칙주의자, 생활은 자유주의자’라는 말이 나왔다. 신태용(49) 감독은 훈련, 미팅 때 선수들이 늦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벌금을 정해놓고 통제했다.

이렇듯 감독들은 팀을 맡으면 기강, 규율을 잡는 데 적지 않게 신경을 쓴다. 자신이 정한 원칙을 중시하느냐 아니면 선수 의사를 존중하느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방식도 크게 다르진 않다. 대표팀 매니저, 홍보 파트를 10년 째 맡아 국가대표 사령탑들을 가까이서 봐 온 조준헌 협회 홍보팀장은 “벤투 감독이라고 해서 (선수 관리에) 다른 감독과 다른 특별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니다”며 “감독이 바뀌면 언론에서 이런 쪽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국가대표 감독을 거쳐간 신태용, 울리 슈틸리케, 홍명보, 거스 히딩크.(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 감독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강과 규율을 잡는 방식은 대동소이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국가대표 감독을 거쳐간 신태용, 울리 슈틸리케, 홍명보, 거스 히딩크.(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 감독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강과 규율을 잡는 방식은 대동소이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특별하지 않은 걸 너무 특별하게 ‘포장’하다 보면 진짜 중요한 걸 놓치기 쉽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 초기 잘 나갈 때 협회 후원사 행사는 물론 각종 봉사활동 등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자 언론들은 호평 일색의 보도를 내느라 정작 지도자로서 능력을 파악하는데 인색했다.

해외 순방과 국빈을 맞을 때마다 다양한 의상을 선보여 ‘패션외교’ ‘패션정치’란 말을 유행시켰던 전직 대통령이 오버랩 된다. 정치인에게 옷은 전략이자 수단이라고 하지만 언론들은 의상에 대한 심층적이고 다양한 분석 기사를 쏟아낸 반면 정작 외교적 성과에 대한 검증은 상대적으로 소홀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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