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푸에르토리코 강타한 마리아 태풍 피해
3,000 여명 사망자 발표 나오자 “정치 공세” 반박
공화당조차 비판 “사람 생명 정치에 이용 말라”
미 행정부도 사후 대응 부실, 피해 키웠다 인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의회 명예 훈장 리셉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덮친 허리케인 마리아로 인한 사망자 숫자를 놓고 민주당과 때 아닌 설전을 벌이고 있다.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미국 남동부 해안지대에 상륙해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치 싸움에만 골몰한 것이다.

이번 공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렌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 태세를 설명하며, 지난해 마리아에도 잘 대처했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억울해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달 푸에르토리코 당국이 마리아로 인한 공식 사망자수를 기존 64명에서 2,974명으로 수정해 발표했는데, 이를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두 개의 허리케인이 강타한 푸에르토리코에서는 3000명이 죽은 게 아니다”라며 “허리케인 강타 후 내가 그 섬을 떠났을 땐 6~18명의 사망자만 나왔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이 지났어도 그 숫자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었다”며 “그러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은 3000명과 같은 정말 큰 숫자를 보고하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것(3000명)은 내가 푸에르토리코 재건을 돕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모금하자 가능한 한 나를 안 좋게 보이게 하려고 한 민주당 인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일”라며 “고령과 같은 다른 어떤 이유로 누군가 사망하면 그저 그 리스트에 더하는 식이다. 나쁜 정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진영에서 자신을 음해하고자 다른 이유로 사망한 사람들까지 사망자 명단에 넣어 숫자 부풀리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리카르도 로세요 크루스 시장은 트윗을 통해 즉각 반격했다. 크루스 시장은 “대통령님, 실제 세계에서 당신의 재임 기간 사람들이 죽었다. 당신의 존중 결핍은 끔찍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공화당에서조차 외면 받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망자 수치에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라이언 의장은 “나는 섬 전체를 다녀봤는데 정말 충격적이었고 끔찍한 폭풍이었다”며 “고립된 섬 환경 때문에 오랜 기간 인프라와 전력이 복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에도, 행정부 관리들은 마리아의 사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미 CNN 방송은 보도했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는 당시 복구 지원에 투입됐던 인력 중 절반 이상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는 대목이 나온다. 허리케인 재난 발생 이후 식수 및 음식 부족으로 질병이 악화됐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원도 열악했다는 것이다. 실제 사망자 수는 푸에르토리코 당국이 조지워싱턴 대학에 의뢰해 집계한 것이다.

한편 미 남동부 해안으로 상륙한 플로렌스는 풍속이 시속 150km로 줄어들면서 1등급으로 힘이 빠졌다. 그러나 강한 폭우를 동반할 것으로 예상돼 홍수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주 등 3곳의 주민 170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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