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인 난민신청자들이 14일 오전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에서 1년 간의 인도적 체류 허가 통보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인 난민 신청자 중 미성년자 등 23명에게 난민 지위는 인정하지 않는 대신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이들에게는 제주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도록 ‘제주 출도제한’ 조치도 해제됐다.

법무부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은 제주지역 예멘인 난민심사 대상자 484명 중 면접이 완료된 440명 가운데 영유아 동반 가족, 임신부, 미성년자, 부상자 등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들이 난민협약과 난민법상 5대 박해사유(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에 해당되지 않아 난민 지위는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난민법상 난민 인정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강제추방할 경우 생명, 신체에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인도적 체류자는 1년 단위로 체류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취업활동은 가능하지만 난민과 달리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이들이 향후 국내 법질서를 위반할 경우에는 체류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법무부는 또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이들 23명에 대해 제주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한 ‘제주도 출도 제한’ 조치도 해제했다.

이날 오전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에 모인 예멘인 23명은 한국 정부가 인도적 체류허가를 통보하자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예멘인 난민 신청자 A(34)씨는 “그동안 예멘인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언제나 친절했다. 감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출도 제한 조치가 해제됨에 따라 일자리 등을 위해 타 지역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무부의 결정에 대해 난민 찬ㆍ반 단체의 입장은 상당히 달랐다.

난민네트워크ㆍ예멘인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인도적 체류 허가는 강제송환되어서 안 되는 예멘 난민들에게 부여해야 하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지 최선의 결과는 아니다”라며 “앞으로 정부는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예멘 난민들이 정착이 가능하도록 정착지원에 대한 제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난민대책 국민행동은 “법무부의 난민 불인정은 예멘인들이 가짜 난민으로 밝혀진 것으로, 정부는 예멘 가짜 난민들을 즉시 송환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가짜 난민들이 한국으로 오게 하는 주범인 난민법과 무사증 제도를 즉각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법무부는 이들 23명 외에 나머지 예멘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는 범죄경력조회 등 신원검증 절차를 거쳐 다음달 중 심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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