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종부세 인상, 다주택자 대출 제한을 골자로 한 새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나올 만한 정책이 나왔다는 인상이지만 이걸로 충분할지는 역시 미지수다. 이에 부응할 공급 계획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7억원을 넘어선 이후 매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유례없는 매도자 우위 시장을 형성하며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동산에서는 매물을 보지도 않고 일단 돈부터 입금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풍문이다. 반대로 지방 부동산은 급격한 하강기를 겪고 있다. 참여정부가 생각나는 나쁜 데자뷔다.

아파트가 뭐기에, 세상을 미치게 한다. 몸도 정신도 깎아가며 돈을 벌어봐야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 집값 오른 데 비하질 못한다. 강남에 산다는 걸 부의 척도는 물론, 이젠 심지어 인간됨의 척도로까지 여긴다. ‘누구누구 강남 산대.’ 이 말만으로 주변 공기가 달라지고, 어떤 사람들 사이에선 데이트만 해도 강남에서 해야 사람 취급받는다. 흔해빠진 졸부 사이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나름대로 문화적 소양을 갖춘 자칭 시민들 사이에서도 종종 그러하다는 게 비극이다.

뇌리에 맴도는 말이 있다. “내년 4월까지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 작년 8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한 말이다. 그에 어울리는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지금은 모두가 꽉 차게 비웃는 망언일 뿐이다. 정부의 선의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처음부터 투기세력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무주택자를 위해, 비강남 거주민을 위해, 비서울 거주민을 위해. 이 모든 규제책은 다주택자 투기꾼을 옥죄는, 서민을 위한 투기 수요 억제책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거래가 급격히 쪼그라들며 강력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서울 외 지방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서 그 지방의 돈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려들었고, 지역 간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고가 주택 시장은 현금 동원력이 좋은 자산가들의 몫이 됐다. 중산층은 청약을 하려 해도 대출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 때문에 중소형 아파트 값이 치솟았다. 선한 의지가 옥죈 것은 오히려 그 선의로 구하려 했던 서민이었다.

어떤 선한 사람들은 요구한다. 더 선한 의지를 갖고 더 선한 규제를 펼 것을. 대표적인 것이 보유세 강화다. 하지만 이것도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보유세 부담을 전ㆍ월세 인상을 통해 세입자에게 전가할 우려가 제기된다. 발맞춰 임대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면 이 또한 전ㆍ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도, 정도 이상으로 하락하면 경기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 게다가 보유세가 집값을 내리더라도 그 효과는 단기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보유세 부담이 한국보다 훨씬 큰 미국이나 강력한 토지 세제를 가진 대만 역시 부동산 시장은 썩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 역시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다.

분양원가 공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도 썩 실효성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건설만 위축시킬 우려도 제기된다. ‘로또 청약’만 더 조장할지도 모른다.

반드시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장 흐름에만 맡기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8ㆍ2 대책이 선의가 모자라 실패한 것이 아닌 것처럼, 선의로 시작된 친서민적 정책이 도리어 서민만 괴롭히는 역설을 우린 너무 많이 겪었다. 잘 다듬어진 공급 측면 대책이 함께 나오지 않는다면 규제는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다. 그 둘은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잘 다듬어져 서로를 보완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선의를 의심하진 않는다. 그러나 선의만으로는 천국으로 가는 문을 열 수 없다. 문제는 각론이다. 흔히 악마가 디테일에 있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천국이야말로 그 디테일에 있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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