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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이 노화 앞당기고 번식에도 악영향”

입력
2018.09.15 10: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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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간 활동의 부산물인 소음으로 인해 인류뿐 아니라, 동ㆍ식물도 ‘듣지 않을 권리’를 잃어버렸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낮 평균 소음은 72데시벨(㏈)이었다. 대구(73㏈)는 전국 시ㆍ도 가운데 제일 소음도가 컸다. 전국 평균은 낮엔 69㏈, 밤에도 65㏈에 달했다. 60㏈의 소음이 수면장애를 부르고 70㏈은 집중력을 떨어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낮ㆍ밤에 상관없이 소음공해에 노출된 셈이다.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동물학의 경계’(Frontiers in Zoology)에는 소음이 조류의 노화를 앞당긴다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미국 노스다코타주립대 공동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금화조를 교배시켜 얻은 263마리의 새끼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소음에 노출된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부화 후 교통 소음을 들은 적이 없는 새끼 95마리 ▦알에서 나온 뒤 노래를 배우는 시기(생후 18~120일)에 지속해서 교통 소음에 노출된 새끼 59마리 ▦부모는 물론, 부화 후에도 소음을 들은 적 없는 새끼 109마리가 대상이다. 금화조가 노출된 교통 소음 세기는 낮(오전 6시 30분~오후 8시 30분)에는 65~85㏈, 밤(오후 8시 30분~다음 날 오전 6시 30분)엔 45~75㏈이었다.

이들 세 분류의 DNA를 비교한 결과, 생후 18~120일 사이 소음에 노출된 금화조의 텔로미어(염색체의 말단) 길이가 나머지 두 집단보다 더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도시 소음이 노화를 촉진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텔로미어는 유전정보인 DNA를 담고 있는 염색체의 가장 마지막에 있으면서, DNA가 온전히 복제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분이다. DNA는 아데닌(A)과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란 네 가지 염기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어 염기서열 AGGCT를 복제 효소가 복제한다고 할 때 맨 마지막에 위치한 T염기 뒤엔 또 다른 염기가 없어 복제효소가 T염기를 지나갈 수 없다. T염기를 복제할 수 없단 뜻이다. 하지만 이들 염기 뒤에 텔로미어가 붙어 있으면 마지막 염기까지 완벽히 복제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복제가 이뤄질 때마다 텔로미어 길이는 짧아진다. 그러다 텔로미어가 특정 지점보다 짧아지면 더 이상 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세포는 죽게 된다. 교통 소음이 금화조의 텔로미어 길이를 더욱 빨리 짧게 해 세포의 죽음을 불러오고, 결국 노화도 앞당긴다는 의미이다.

소음은 번식과 생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앞서 2009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연구진은 “소음이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생태와 진화의 경향’에 발표했다. 민감한 청력을 갖도록 진화한 동물들이 점차 커지고 있는 소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연구진은 “소음으로 회색청개구리는 짝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유럽청개구리는 짝을 부르는 소리를 덜 내게 됐다”며 “소음은 이들 동물의 번식력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전ㆍ가스전 일대에 서식하는 새들의 경우 구애 울음소리가 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10~2만㎐(헤르츠) 사이의 수중 소음을 발생시켰을 때 굴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핀 프랑스 보드로대 연구진의 연구결과에선 소리 주파수가 10~1,000㎐일 때 굴이 껍데기를 재빨리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파수 영역은 화물선 소음이 속한 10~200㎐였다. 소음으로 껍데기를 자주 닫게 되면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해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

무척추동물인 굴뿐 아니라 식물에도 소음은 중요한 변수다. 미국 국립진화종합센터 연구진은 2007~2010년 천연가스 채굴 지역과 가까운 멕시코 북서부 래틀스네이크 캐니언 야생동식물 보호지구에서 소음이 나무 번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그 결과 산업 소음으로 시끄러운 곳보단 영향이 덜한 지역의 미국 잣나무 개체 수가 4배 더 많았다. 미국 잣나무는 바람에 떨어진 열매를 동물이 섭취하게 해 이곳저곳에 싹을 틔우도록 하는데, 소음이 심한 곳에선 야생들쥐가 열매를 먹고 소화해 번식이 어려웠다. 반면 소음이 덜한 지역에서는 조류인 어치가 잣나무 열매를 주로 먹었다. 어치는 나중에 먹기 위해 열매를 땅 속에 묻는 습성이 있다. 어치가 열매 묻은 자리를 찾지 못해 조용한 지역에선 잣나무가 더욱 번성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2012년 생물학 학술지 ‘영국 왕립학술원 생물학회보B’에 발표한 연구진은 “잣나무 수가 감소하면 잣나무 숲에 의지해 사는 곤충과 다른 동ㆍ식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산림생태계 변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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