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싸늘한데 부동산은 광풍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버블세븐’, 지금은 ‘노블세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버블(거품)을 목격하는 이들은 실기를 안타까워하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부나방처럼 버블로 과감하게 뛰어들 자금과 용기도 없으면서 집값이 오르니 분통만 터진다. 반면 버블에 올라탄 사람은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고, 순발력과 행운에 스스로 감탄한다. 하지만 버블이 소멸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팔 수도 없고 손절매도 안 되니 부담만 계속된다. 목격자나 당사자 모두에게 고통인 셈이다.

▦ 부동산 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탔던 1980년대 말 선배들이 들려준 경험담은 지금도 반면교사다. 우선, 서초구 아파트를 팔아 큰 평수로 옮기려다 낭패를 본 경우가 있었다. 4,000만원에 팔고 이사를 하려는데 집값이 급등, 큰 평수 전셋값조차 되지 않자 원래 살던 아파트에 다시 전세로 들어갔다. 또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대출을 끼고 2억원에 아파트를 샀는데 졸지에 1억2,000만원으로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큰 손해를 보고 집을 판 뒤에도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경우가 흔했다. 혁신도시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토지 보상금이 시중을 떠돌고 있었다. 버블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지만, 진행 경로는 정부의 통제 바깥에 있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이다. 2010년 말 800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지금 1,500조원으로 두 배다. 이 돈이 어디로 갔을지 추정이 어렵지 않다.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집값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버블은 터질 때가 무섭다. 채무자들은 ‘1파운드의 살’을 요구하던 샤일록 같은 은행에 큰 대가를 치른다. “자산 버블이란 끌어들일 얼간이들이 존재할 때까지 계속되지만, 더 이상 끌어들일 얼간이가 없으면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불황의 경제학’ㆍ폴 크루그먼 저)

▦ 세금 부담을 대폭 강화한 ‘9ㆍ13 대책’이 발표됐다. 부동산 정책은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등의 절차로 시차가 있어 통상 다음 정권 가까이서 효과가 나타난다.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집값을 하락시켰다. 반면 이ㆍ박 정부의 규제 완화는 이 정부에서 집값을 폭등시켰다. ‘폭등도 문제, 폭락도 문제’라 딜레마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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