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세계경제포럼 아세안 지역회의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
“고속성장 새 일자리 기회 될 것”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도
“4차 산업혁명 유리한 위치” 주장
동남아 각국 자도자들
아세안 회원국 유기적 협력과
‘정신 무장’ 기업가정신 강조
12일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아세안 지역회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아세안’ 세션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노이=EPA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저렴한 인건비’가 최대 무기인 동남아 국가들은 지금과 같은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여전히 농업ㆍ수산업 등 1차 산업이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는 반면 정보기술(IT)과 제조업 기반이 부족한 산업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더욱 더 고전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위기냐 기회냐

이런 부정적 전망 때문일까. 11~13일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아세안 4.0 – 기업가정신과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열린 세계경제포럼 아세안 지역회의(WEF on ASEAN)에서 각국 대표들은 고민을 나누고 공동 대응책을 모색했다.

매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동남아판 행사인 이번 포럼에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총리, 훈센 캄보디아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자문역 등 정상급 인사 8명과 장관급 50여명, 각 분야 전문가와 기업인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12일 오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아세안’ 세션에 참석한 정상들은 우려와 함께 위기 극복 의지를 다졌다. 푹 총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소득격차 확대와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면서도 베트남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경제 활성화 대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동남아의 실리콘 밸리’를 지향하고 있는 베트남은 각종 규제를 없애 첨단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의 자생 기반을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혁명은 종전의 혁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용 범위가 광범하고 변화 속도가 빨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선진국의 독점 현상이 지속 또는 가속화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리더들 이구동성으로 ‘기회’

아세안 각국들이 느끼는 불안을 의식한 듯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세션 기조연설에서 동남아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정부와 기업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협력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고속 성장의 기회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들도 ‘기회’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아세안 회원국 중 가장 발전된 싱가포르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세계 경제는 기술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아세안은 사람의 역할을 완전히 바꾸게 될 4차 산업혁명을 이용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출범한 아세안 경제공동체(AEC)를 기반으로 한 자유무역체제를 통해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리 총리는 2030년까지 일본을 따돌리고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에 이어 아세안이 세계 4위 경제블록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향후 15년간 매일 동남아 전역의 노동시장에 쏟아질 1만1,000명의 인력들이 더욱 똑똑해진 산업용 로봇이나 자율주행 자동차와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전망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미래가 아닌 현재의 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불만을 표시했다.

돌파구는 기업가정신과 협력

기회 보다는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 구체적인 대응책은 나오지 않은 가운데 동남아 지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업가정신을 강조했다. 물적 토대보다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신 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 총리는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의 원천이자 산업의 근간인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WEF 관계자는 “아세안이 정책수립, 성장 등에 있어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데 집중해야 하며, 이 경우 기업의 이익뿐만 아니라 공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에 아세안 회원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공동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응우옌 마잉 훙 베트남 정보통신부 장관대리는 기자회견에서 아세안 회원국간 로밍 요금 폐지 또는 단일화를 제안했다. 또 싱가포르는 아세안 역내 전자 상거래 규정을 간소화하고, 각종 비용 절감을 위해 회원국간 세관 통관 단일화를 위한 온라인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 이후 경제통합을 위해 통관절차 개선(싱글윈도우), 전자상거래시장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스마트시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역내 통합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하노이=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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