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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과 달리… 김문환 前 에티오피아 대사 ‘업무상 위력 성폭행’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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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과 달리… 김문환 前 에티오피아 대사 ‘업무상 위력 성폭행’ 실형

입력
2018.09.12 18:26
수정
2018.09.12 21: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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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ㆍ피해자 이성적 호감 증거로

법원, 사적 친밀성 판단에 차이

텔레그램 내용 일부 삭제 등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도 대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이 ‘업무상 위력’으로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김문환(53) 전 에티오피아 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놓고 지난달 14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업무상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무죄 선고한 것과 대비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주영 판사는 12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 전 대사는 에티오피아 대사로 근무하던 2015년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하급직원 A씨와 성관계를 맺고, 다른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다.

재판부는 “업무상 지휘감독관계에 있지 않았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김 전 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해당 직원은 피고인의 지휘ㆍ감독을 받는 지위로 봐야 한다”며 “위력에 의해 간음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안 전 지사 사건 재판부는 “위력이라 볼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통해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사건 모두 ‘업무상 위력’의 존재는 인정됐지만, 실제 행사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랐던 셈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무엇보다 가해자 피해자 사이의 ‘사적 친밀성’에 대한 판단이 달랐다. 안 전 지사 사건에서 재판부는 사건 발생 전후 피해자가 보인 행동이나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은 문자의 내용을 근거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업무적 관계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지만, 김 전 대사 사건 재판부는 “사건 발생 전에 어떠한 친분관계도 없었고, 사건 당일에도 이성적 호감이 발생했다고 보일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건 전후 사정을 고려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달리 본 점도 다른 판단의 요인으로 꼽힌다. 안 전 지사 사건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다음날 아침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식당을 찾으려 애쓴 점,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일부 삭제하고 제출했다는 점 등을 들어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김 전 대사 사건 재판부는 “평소 피고인의 지위와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보면 성추행을 지적하며 단호하게 항의하기 어려웠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수긍이 간다” “외교부가 다른 성폭력 행위를 조사하던 중에 이 사건이 밝혀져 피해자가 허위로 진술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피해자가 비서로 동행하는 등 사적 친밀도가 있었을 수 있다고 본 안 전 지사 사건과 달리, 김 전 대사 사건은 이성적 호감을 가질 여지가 전혀 없었다”며 “추가 성추행도 있어 유죄 인정이 더욱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하관계의 성폭력은 일반적으로 위력 행사가 쉽게 인정된다”라며 “여러 사정으로 유죄 심증이 흔들린 안 전 지사 사건이 예외적”이라고 덧붙였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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