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에서 열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정치적 편향성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 야당은 그가 개혁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쟁점으로 삼았다. 앞서 열린 이석태ㆍ김기영ㆍ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민변,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의 가입 및 활동 여부가 집중 공세 대상이 됐다. 하지만 유 후보자의 경우 모임에 잠시 가입했다 탈퇴한지 오래고, 지난해 대한변협이 헌재 소장으로 추천했을 만큼 합리적이라는 평이다. 더구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우리법연구회와 대법원이 인정한 연구모임으로 예산 지원까지 받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여부를 인준 반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헌재 소장과 재판관 검증의 초점은 도덕성과 함께 헌재의 정치적 독립성, 중립성을 지켜낼 적임자인지를 가리는 데 모아지는 게 합당하다. 대통령 탄핵심판 등을 통해 헌법 수호자로서 위상과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도 헌재가 정치적 편향 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유 후보자가 “보수나 진보라는 이념의 틀이 아니라 사실과 진리에 기반을 두고 사건을 심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만하다.

정작 지금 헌재에 더 중요한 것은 재판관들의 다양성 확보다. 근래 헌재 판단을 요구한 주요 현안을 보면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것이 다수였다. 간통죄 폐지, 야간 옥외집회 허용, 대체복무제 도입 등 국민의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결정이 내려졌고, 지금도 첨예한 현안인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을 판단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면 인적 구성의 다양성은 필수적이다.

소장을 비롯해 5명의 재판관 교체로 헌재 개편이 마무리 단계지만 여전히 다양성 확보 관점에서 보면 미흡하다. 후보자들이 전원 임명됐을 경우 9명 중 7명이 고위 법관 출신이다. 서울대 법대와 50대, 남성이 대다수로 이른바 ‘서오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코드 공방’보다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후보자를 발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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