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신뢰 위기 90일간 입장 전무
“윗선이 총대 멨으면 이 지경까진”
일각선 “개인적 의견 적절치 않아”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거래ㆍ예산전용 의혹에 이어 ‘증거 파기 방조’ 의혹이 커지면서 김명수 대법원장 리더십에 대한 법원 내부 불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던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대법원에 따르면 압수수색영장 기각 논란을 두고 검찰과 법원 간 갈등이 최고조로 달해 정치권마저 비판 목소리를 쏟고 있는 가운데 김 대법원장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6월15일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이 나서서 검찰 고발을 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을 당시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모든 인적ㆍ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뒤 90일 가까이 지났다.

법원 내부에선 김 대법원장이 애초 ‘수사 협조’라는 ‘차선책’이 아니라 스스로 ‘블랙리스트’나 ‘재판 거래’의혹과 관련해 고발하는 조치가 필요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장전담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범위를 한정해 고발하는 방법을 선택했어야 했다”며 “수사 협조를 운운하다가 법원이 영장을 대부분 기각하는 상황이 되니 검찰 수사가 더 전방위로 넓어진 게 아니냐”고 말했다. 세 차례 자체 진상조사를 해놓고 제대로 결론을 내놓지 못해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지게 한 결정에 대해서도 지적이 많다. 또 다른 판사는 “진상 조사 이후 자체적으로 징계에 회부하고 잘못 있는 윗선이 총대를 메고 받아들였다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김 대법원장이 높은 영장기각률을 지적하거나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수사 개입이나 가이드라인 제시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내부에선 13일 열리는 ‘대한민국 사법부 70년’ 행사에서 김 대법원장이 어떤 수준의 입장을 낼지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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