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에 있는) B랑 C아파트 6억(원에) 거래됐어요. 우리 아파트도 같이 쭉 상승기 탔으면 좋겠습니다.’ 수도권 지역 A아파트 입주자 카페에 글이 올라오자 곧바로 댓글이 달렸다. ‘가격을 6억(원) 정도 올려서 매물 내놓으세요. 같이 가야죠 B아파트랑’ ‘살기는 우리 아파트가 최고인데 아무도 인정 안 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네요’ 등 입주민 스스로 아파트 가격을 올리자는 내용이었다. ‘A아파트 입주자 카페’ 가입자인 한 주민은 “여기도 분위기가 이렇다”면서 11일 한국일보에 카페 글을 캡처한 사진을 보내왔다.

한국일보가 확인한 결과 A아파트의 시세는 6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B아파트 동일 평형(112㎡ㆍ34평형)은 4억6,000만~4억8,000만원이 시세였고, C아파트도 5억~5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A아파트의 시세는 C아파트보다 낮지만 입주자들이 실제 거래되지 않은 허위 정보를 흘려 가격을 올리려 하는 것이다.

수도권 ‘A아파트 입주민 카페’에 올라온 글.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가 6억원에 거래됐다’는 글(왼쪽 사진)이 올라오자마자 ‘6억원에 매물을 내놓으세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 지역에서도 입주민 아파트 가격 담합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A아파트 입주민 제공

입주민들의 아파트 가격 담합은 이렇게 포털 사이트의 입주자 카페, 메신저 등에 가격을 올린 매물을 내놓자는 글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만약 급하게 돈이 필요해 정한 가격보다 싸게 집을 내놓으면 ‘자체 징계’에 들어간다. 공인중개사가 인터넷포털 사이트에 매물을 등록하면 ‘허위 매물’로 신고하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기는 하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바로 허위 매물로 판정해 인터넷에서 삭제된다.

이렇게 허위 매물이 되면 매물을 등록한 공인중개사는 48시간 동안 매물 등록을 할 수 없다. 허위 매물 적발이 3회 이상이면 2주간 등록이 정지되고 횟수가 증가하면 정지 기간도 늘어난다. 이렇다 보니 공인중개사들은 정해진 가격보다 싼 매물을 포털 사이트에 등록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렴하게 계약을 성사시킨 공인중개사 중에는 주민들이 거래를 끊어 왕따가 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 중에는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담당도 있다. 예컨대 시세가 10억원인데 10억5,000만원에 집을 내놓고, 구매자가 찾아가면 “아들이 파는 걸 말린다”며 돌려보내고는 대화방에 ‘10억5,000만원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글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만약 올린 가격으로 실제 거래가 한두 번 이뤄지면 그 가격이 시세로 굳어진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아파트 가격 담합이 서울,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린다고 판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고문)는 1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아무리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도 이렇게 되면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간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한 단지가 가격을 올리면 옆 단지가 따라 올리는) 상승작용으로 전체적으로 시세가 오르게 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허위매물 신고로 공인중개사를 제재 받게 하는 것은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면서 “쉽지 않겠지만 감시와 제재를 해서라도 담합이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위매물 신고에 대한 신고요건 강화, 허위매물 거짓 신고자에 대한 제재, 부동산 가격 담합 처벌, 담합 행위에 대한 신고포상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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