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장이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앞으로는 주민이 직접 조례를 지방의회에 발의할 수 있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자치분권’의 핵심을 주민 주권 구현으로 보고, 주민 직접민주주의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 발표했다. 종합계획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했던 ‘자치분권 로드맵’의 내용을 토대로 지방자치단체 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자치분권위는 종합계획이 무엇보다 주민발안과 주민소환, 주민감사청구와 같은 주민직접참여제를 확대하는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종협 자치분권위 자치제도과장은 이날 행안부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자치분권은 중앙과 지방의 사무 이양이란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주민 입장에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그들만의 리그’일 뿐 자치분권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주민에게 실질적 권한과 재정적 지원을 주는 방향으로 계획안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종합계획은 이를 위해 우선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조례의 제∙개정 및 폐지안을 지방의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단체장을 통한 간접 제출만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단체장이 관심 없는 조례일 경우 사실상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례안 청구 서명 요건도 현재보다 30% 이상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행안부는 ‘주민발안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안을 11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주민소환, 주민감사청구, 주민투표도 보다 쉽게 요건을 완화한다. 일례로 주민소환제의 경우 청구 요건과 개표 요건을 지자체의 인구 규모에 따라 조정하기로 했다.

종합계획은 이 밖에 로드맵에 담겼던 지방이양일괄법 제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 6대 추진 전략 33개 과제를 담았다.

로드맵에는 제2국무회의 신설, 자치입법권 확대, 자치단체 사무범위 확대 등 지방분권과 관련해 헌법 개정이 필요한 내용도 들어있었지만, 개헌이 무산되면서 종합계획에서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종합계획에는 개헌 사항인 제2국무회의 대신 대통령을 의장으로 국무총리, 관계부처 장관, 자치단체장 등이 참석해 정례적으로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 협력과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가칭)’를 설치할 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행안부는 종합계획과 관련해 15개 법률을 포함한 23개 법령을 제∙개정하기로 하고 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이번 종합계획이 행안부에서 마련했던 로드맵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안부의 로드맵 발표 이후 1년 가까이 지났고 독립된 자치분권위원회가 출범했음에도 두드러진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순관 자치분권위 위원장은 “종합계획은 그동안 정부 의제였던 것을 오늘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 공식 입장으로 확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정분권은 기획재정부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발표 계획도 잡지 못했다.

이번 발표에는 현행 8대2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6대4까지 조정하겠다는 기존 목표만 다시 한 번 제시됐다. .

정 위원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이 ‘지방재정분권은 어떻게 돼가느냐’는 질문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큰 틀에서 거의 합의가 끝났다. 조만간 확정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내년까지 당장 6대4를 실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 내년은 7대3 정도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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