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개최 가능성 열려 있고 조율 중”
비핵화 물꼬 위해 재차 직접 담판 의지
#
국면 전환 필요한 트럼프ㆍ김정은 ‘이심전심’
트럼프, 우드워드 악재 돌파 카드로
김정은은 경제 개발 구체적 성과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백악관이 10일(현지시간) 2차 정상회담을 요청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10월 워싱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교착상태인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북미 정상이 재차 담판에 나서는 것으로 북미간 종전선언과 핵 신고 등의 빅딜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달 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이후 급랭하던 북미가 급반전 국면을 맞은 것은 북미 정상 모두 2차 정상회담을 통한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던 미국이 김 위원장이 제시한 2차 정상회담 카드에 적극 화답한 것은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 때문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2차 정상회담을 요청한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공개 하기 몇 시간 전만 해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김 위원장이 6ㆍ12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비핵화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거듭 압박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 참석, “또 다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열어 놓은 문으로 북한이 들어 오게 할 수는 없다.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며 우리는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차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선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지난달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샌더스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은 이와는 확연히 달랐다. 볼턴 보좌관은 2차 정상회담 연내 개최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전적으로 가상적인 것”이라고 했으나, 샌더스 대변인은 “우리는 이에 열려 있으며 이미 조율 중에 있다”고 개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비핵화 진전이 충분하지 않다’고 취소됐던 폼페이오 방북과 관련, “다른 조치들이 취해졌다”며 이후 취해진 북한의 태도를 적극 평가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하지 않은 북한 열병식을 “좋은 믿음의 신호로 간주한다”고 했고, 김 위원장 친서에 대해서도 “매우 따뜻하고 긍정적이다. 이번 편지는 북미 관계 진전의 추가적인 증거”라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성의 표시’만으로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이 ‘선(先) 비핵화’에서 사실상 ‘선(先) 정상회담’으로 선회한 것으로, 정상간 교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신봉론’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정상이 마주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며 “북한에선 모든 결정이 김정은을 통해서만 이뤄지는데,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원하며 우리는 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밥 우드워드의 신간과 뉴욕타임스(NYT) 익명 기고문 파문 등 대형 악재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이슈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정치적 동기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내세울 만한 외교적 성과물로 그간 상당한 투자를 해온 대북 문제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우드워드의 저서에서 ‘전쟁을 초래할 뻔한 위험한 대통령’으로 묘사된 트럼프 대통령은 책 내용을 반박하며 ‘피스 메이커(Peace Maker)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중간 선거 전 김 위원장이 워싱턴에 등장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을 수 있는 이슈다.

입장이 변한 것은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7월 친서에선 “조미관계의 획기적 진전이 다음 번 상봉을 앞당겨주리라 확신한다”며 2차 정상회담에 앞서 조미관계 진전, 즉 종전선언을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 무산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비밀 편지도 “줄 게 없으면 오지 마라”는 취지의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뻣뻣했던 북한이 종전선언이 담보되지 않았는데도 정상회담을 요청한 것은 그만큼 김 위원장도 다급하다는 방증이다. 올해 ‘경제 총력 개발’로 노선을 전환한 데 대한 구체적 성과가 필요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종전 선언+알파’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담판을 통해 종전 선언과 핵 신고 등 그간의 쟁점을 놓고 절충점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때처럼 2차 정상회담이 외교적 수사에 그친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고, 북미 모두 실질적인 상황 타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 과정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북미간 입장 차가 여전히 뚜렷하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양측 모두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상회담부터 추진한다는 점에서 실무 협상과정에서 큰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 내에선 대북 회의론이 여전히 강하고, 대통령과 참모마저 손발이 맞지 않는 게 변수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 전 NBC 방송은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6ㆍ12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핵 생산 활동을 지속해왔고 핵탄두 은폐 작업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더욱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가 무색하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선의를 믿으며 대화에 나서는 상황이어서 대북 강경 그룹의 만류와 견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