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문대 성악과 12명 檢 송치
“하루 5끼” 단톡방서 비법 공유
3~4개월 만에 최대 30㎏ 늘려

서울에 있는 한 명문 대학교 성악과에 다니고 있던 김모(22)씨는 2013년 병역 판정 검사에서 키 175cm에 몸무게 77kg으로 현역 판정을 받았다. 3년 뒤인 2016년 재검사를 받은 김씨의 몸무게는 106.5kg으로 3년 사이 30kg이나 불어나 있었다. 현역 복무를 피하기 위해 단백질 보충제와 알로에 음료를 많이 먹는 수법으로 체중을 늘린 것이다.

병무청은 11일 고의적으로 체중을 늘리는 수법으로 사회복무요원소집대상 처분을 받은 혐의로 김씨를 포함해 이 대학 성악 전공자 12명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단백질 보충제를 먹거나 신체검사 당일 알로에 음료를 폭음하는 방법으로 체중을 불렸다. 알로에 음료에 들어있는 알갱이가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일시적으로 체중이 1~2kg정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짧게는 3~4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사이 최대 30kg까지 체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병무청 관계자는 “현역으로 복무하면 성악 경력이 중단될 것을 우려해 퇴근 뒤 성악 활동이 자유로운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적발된 인원들은 성악과 동기와 선후배들끼리 만든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체중을 늘려 병역을 감면 받는 방법 등을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카톡방에서 “주말 동안 식비로 20(만원) 써야겠다, 100kg 찍어야지”, “101kg이면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기에) 안전빵 아냐”, “알로에 주문 많이 해야겠다” 등의 대화를 주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무청은 PC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저장된 자료를 복원해 분석하는 포렌식 수사 기법을 동원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다.

이번에 적발된 12명 가운데 2명은 사회복무요원으로 이미 복무를 마쳤으며 4명은 복무 중이고 나머지 6명은 소집 대기 중이다. 그러나 현재 복무 중이거나 복무를 마친 사람이라도 병역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병역판정 검사를 다시 받고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병무청 내 특별사법경찰이 제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하며 드러났다. 2012년 병무청 특별사법경찰 제도 도입 이후 체중 증량이나 감량으로 병역을 면탈했다가 적발된 인원은 82명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체중을 늘리거나 빼는 방식은 보통 소수 인원이 공범인 경우가 많은데 반해 이번처럼 12명이나 함께 병역 면탈을 시도한 것은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병무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2010년 이후 성악과 출신으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200여명에 대해서도 병역 면탈 여부를 다시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병무청은 다만 해당 학교와 같은 과 다른 학생들이 명예훼손으로 병무청을 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번에 적발된 인원들이 소속된 대학교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서울 모 대학 성악과 학생들이 카카오톡에서 병역 면탈 방법을 주고 받은 내용. 병무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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