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1, 2권 출간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 출간
2014년 두 달간 21개국 답사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1, 2권을 내놓은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뜻 밖에 그는 민족주의를 강조했다. 창비 제공

“내 사상은 민족주의 하나입니다.” 실크로드를 키워드로 이 세계를 문명교류사의 눈으로 재해석해온 사람의 입 밖으로 나온 말치곤 뜻밖이다.

11일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1ㆍ2’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수일(84)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민족주의를 다시 한번 힘주어 강조했다. 책은 2014년 두 달 동안 비행기를 30번 넘게 타면서 아프리카 21개국을 종횡무진 답사한 기록이다. 아프리카 답사기에 왜 민족주의 이야기가 나왔을까. 아프리카는 ‘문명의 요람’이기도 하지만 ‘정수일 민족주의의 요람’이기도 해서다.

간첩 ‘깐수’로 널리 알려진 정 소장이 민족주의에 눈을 뜬 건 1956년 중국의 지원으로 이집트 카이로대 유학길에 오르면서부터다. 그 전해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비동맹회의에서 이집트 총리 가말 압델 나세르와 중국 총리 저우언라이가 상호교류에 합의했는데, 그 합의에 따른 국비유학생에 선발된 것이다. 반둥회의 이후 아프리카에는 독립 열풍이 밀어닥쳤고 중국은 이를 적극 후원했다. 정 소장은 “아프리카 전역을 휩쓸던 민족해방 운동을 지원하다 민족주의에 눈을 떴다”면서 “모든 진보적 사상의 바탕에는 민족과 애국이 있다”고 말했다.

1963년 북한 행을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조선족 차별 때문에 그랬다는 데 사실과 전혀 다른 얘기에요. 중국 국비장학생으로 이집트에 갔듯, 저는 혜택을 입은 사람인데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그 때 품었던 뜨거운 민족주의 이야기는 1권 중 ‘내 인생의 변곡점’에 비교적 자세히 나온다.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 해도 부끄러움은 없다는 게 정 소장의 주장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이번 책에는 이집트의 ‘이슬람 사회주의’, 세네갈의 ‘민주사회주의’, 가나의 ‘은크루마주의’, 모잠비크의 ‘민주적 사회주의’, 탄자니아의 ‘니에레레 사회주의’ 등 아프리카에서 실험된 사회주의에 대한 얘기가 많다. 아무래도 유학 시절 만나고 겪었던, 뜨거웠던 1ㆍ2세대 아프리카 사회주의가 어떻게 변하고, 실패하고, 쇠퇴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해서다. 독자에겐 낯설던 아프리카 현대사가 펼쳐진다.

요즘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가 화제다. 시진핑 주석이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53개국 정상을 베이징에 불러들인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1950년대에도 ‘아프리카가 제2의 중국’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마오주의 바람이 불었지만 대국주의, 중화주의 때문에 흐지부지됐어요. 이제 아프리카 사람들도 알 만한 건 다 알 겁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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