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연루 혐의를 받는 변호사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시절 보고서 등 대법원 기록 수만 건을 갖고 있다 수사가 시작되자 대부분 파기해 논란이 거세다. 특히 이 변호사는 압수수색영장이 청구되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메일을 현직 판사들에게 보냈고, 실제 메일 전송 전후로 두 차례 영장이 기각됐다. 보다 못한 서울중앙지검장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며 법원의 수사방해 조사를 경고하는 사태로 번졌다.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등과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이 통상의 경우보다 지나치게 높자 비난이 쏟아졌다. ‘제식구 감싸기’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기각 사유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런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압수수색영장 심사를 이례적으로 나흘씩이나 끌다가 기각했다. 심지어 영장전담 판사는 기각 이유로 자료 반출이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 않는다”거나 “재판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예단까지 했다. 향후 본안 재판에서 가릴 문제를 영장심사 기준으로 삼으니 영장전담 판사와 피의자가 함께 근무했던 동료였다는 인연을 의심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법부는 지난 시절의 오점으로 이미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이를 회복하는 길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조직의 과오를 낱낱이 밝히고 제 살을 도려내는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고쳐가는 수밖에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만의 문제도 아니고 사법부 구성원 전체의 책임이자 의무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까지 사법부가 보여준 행태는 신뢰 회복은커녕 불신만 가중시킨다. 이래 놓고 사법부 독립을 외쳐봐야 돌아오는 것은 여론의 냉소일 뿐이다. 잇따른 압수수색영장 기각으로 문제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교체부터 시급히 검토해야 마땅하다.

국회에서는 국정조사를 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영장심사와 재판을 특별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가 정한 법관으로 진행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법부가 더 이상 추문으로 얼룩진 성 안에 갇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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